[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6> 임성현 애니랙티브 대표

임성현 대표는 “비터치는 IoT 기반 센서와 무선통신이 융합한 기술로 내 손안의 스마트교실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임성현 대표는 “비터치는 IoT 기반 센서와 무선통신이 융합한 기술로 내 손안의 스마트교실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그는 TV 모니터를 켜고 사물인터넷(Iot) 기반 전자칠판 솔루션 비터치를 설명했다. 비터치는 센서와 무선통신기술을 융합한 제품이다.

임성현 애니랙티브 대표를 5월 15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타워 1101호에서 만났다.

임 대표는 지난 3월 30일 오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열린 경기창조혁신센터 출범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국내 기업인 중 대통령 칭찬을 TV 카메라 앞에서 받은 기업인은 소수다. 그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일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전자칠판 설명을 듣고 환한 표정으로 “해외 일정으로 지치고 힘들었는데 오늘 여기에 와서 피곤이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 장례식에 참석하고 당일 새벽 귀국했다.

박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게 “미국의 반응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었다. 리퍼트 대사는 “탁월한 제품이다. 당장 국무부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임 대표 사무실에는 지난 3월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와 스타트업 노마드 2014와 같은 국내외 유명 전시회에 참석한 증표인 14개의 이름표가 걸려 있었다. 그의 책상에 PC 모니터는 석 대였다. 개발자인 그가 다른 작업을 동시에 하기 위해서다. 직원 모니터도 두 대씩이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혁신센터 출범식으로 시작했다. 인터뷰는 한 시간여 진행했다.

-그날 대통령에게서 칭찬받은 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뻤다. 감격스러웠다.

-혹시 미국에서 전자칠판 솔루션을 사 갔나.

▲아직 비터치를 구입한 미국업체는 없다. 그날 대통령 말씀 이후 전자철판 솔루션이 널리 알려졌다. 국내외 교육관련 기업에서 관심을 갖고 많이 찾아왔다. 호주 기업 관계자는 한국으로 와 전자칠판을 소상히 알아보고 돌아갔다. 미국과 대만 업체는 시제품을 요구했다. 이들과 공동마케팅을 협의 중이다.

-창업은 언제 했나.

▲2013년 9월에 창업했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했다. 지금은 8명이다.

-기존 전자칠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과거 교실은 교수나 교사가 판서(板書)를 했다. 분필로 칠판에 글을 쓰고 쉬는 시간에 학생이 지우개로 지웠다. 교실에 분필가루가 날렸다. 그 후 교육기자재가 발전, 프로젝트 스크린이나 LED 제품이 등장해 분필가루가 사라졌다. 비터치는 loT 기반 융합기술이다. 터치펜과 소형 동글(Dongle), 전용 앱으로 구성한다. 펜으로 TV 모니터나 기존 스크린에 판서를 하면 내용이 학생 PC나 스마트폰에 자동 저장된다. 학생이 필기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언제 어디서나 내용을 공유한다. 교사의 일방 교육이 아닌 학생과 양방향 혹은 원격으로 교육한다. 비터치는 유선이 아닌 무선이다. 스마트폰 기반과 블루투스 방식 전자칠판은 국내 처음이다. 앞으로 loT 기반의 다양한 교육용 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할 것이다.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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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콘텐츠인가.

▲유아용을 비롯해 초·중·고교용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유아용은 그림과 캐릭터로 콘텐츠를 만들어 흥미를 가지도록 했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위해 기존 교육 콘텐츠 업체와 제휴했다.

-전자칠판 솔루션 가격은.

▲기존 시스템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 기업용 비터치는 15만원 선이다. 펜과 동글, 전용 앱만 있으면 구축한다.

-동글은.

▲크기를 경량화했다. 엄지 손가락만 하다. 무게는 100g이다. 가벼워 휴대가 간편하다. 필요한 곳에 놓고 사용하면 된다. 동글은 배터리와 CPU, 통신장비, 센서로 구성했다.

-비터지를 사용하면 좋은 점은.

▲가격이 싸고 이동성이 좋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내 손안의 스마트교실을 만들 수 있다. 칠판이나 분필, 지우개, 노트, 연필이 필요 없어 자원과 비용을 절감한다. 학생들은 필기할 필요가 없어 강의에 집중한다.

-전자칠판은 어떤 걸 사용해야 하나.

▲기존 TV 모니터, 프로젝트 스크린, LED 칠판을 사용한다. 스크린 최대 크기는 100인치다. 우리는 82인치를 권장한다.

-화면에 몇 가지 색을 표현할 수 있나.

▲빨주노초파남보를 포함해 모두 16가지 색을 지원한다. 글자 크기도 조절할 수 있다. 한글과 영어, 한자를 마음대로 사용한다.

-외국의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미국과 중국, 호주 교육업체와 업무제휴(MOU)를 협의 중이다. 대만 업체와는 MOU를 교환했다. 우리는 중국과 미국 교육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와 교육환경이 달라 보완해야 할 게 많다.

-전자칠판 수요처는.

▲각 급 학교와 유치원, 학원, 기업체, 연구소, 가정이다. 스마트 교육과 스마트 회의시스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임 대표는 소기업과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다 대기업으로 이직했지만 입사 이틀 만에 사표를 내고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이미지 처리연구를 바탕으로 전자칠판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는 하드웨어업체에서 기상측정장비를 다뤘고, 통신업체에서는 모바일 영상처리 개발자로 일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대기업을 왜 그만뒀나.

▲대기업으로 이직했는데 이틀 만에 사표를 냈다. 내가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을 대기업에서는 계속할 수가 없었다. 그 기업에는 미안하다. 고민하다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전자출판 시장 규모는 얼마로 보나.

▲세계 교육기자재 시장은 2조원대로 추산하는데 감소 추세다. 국내 휴대형 신규 전자칠판 시장 규모는 100억원대로 알고 있다. 세계 시장은 2000억원 정도로 본다.

-앞으로 목표는.

▲전자출판 솔루션 세계 1위 업체가 되는 것이다.

-스타트업 노마드 프로그램으로 구글에 가서 무엇을 느꼈나.

▲미국 실리콘밸리에 2주간 다녀왔다. 나는 하루 더 머물다 귀국했다. 구글도 전자칠판에 관심을 보였다. 상호 협력 모델에 관해 구글 담당자와 논의했다. 구글에 가서 크게 두 가지를 느꼈다.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였다. 그들은 자유분방했다. 회사에 놀이터가 있었다. 조직은 수직 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였다. 업무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가령 어떤 사업계획을 브리핑하면 우리는 목차부터 서론, 본론, 결론까지 과정이 길다. 그들은 형식적이거나 불필요한 내용은 아예 들으려 하지 않았다. 곧장 핵심만 이야기하라고 주문했다. ‘왜’라는 질문과 공급자가 아닌 사용자 시각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 점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

-정부의 창업지원 제도에 관한 의견이 있나.

▲과거엔 부처별, 지자체별로 창업지원 체계가 일원화하지 못해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지금은 통합해 중복이 별로 없다. 창업과 관련해 정부가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지만 지나치게 행정편의나 절차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창업기업 현실을 감안해 행정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면 좋겠다.

-창업 희망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창업은 신중해야 한다. 기술력만 있다고 무턱대고 창업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창업하려면 세무와 노무, 마케팅을 두루 잘 알아야 한다. 기업에서 경험을 쌓고 창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단 창업하면 직원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창업자금은 자신이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주위 도움을 받아 창업할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한다.

-좌우명은.

▲사훈이기도 하다. ‘세상 소통의 가치를 알리는 사람이 되자’다. 전자칠판은 모든 디바이스와 소통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도구다.

임 대표는 직원과 실시간 소통한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해 직원과 업무 추진 상황과 일정을 조정하고, 업무 결과를 시시각각 주고받는다. 문서 첨부파일도 스마트폰으로 받아 즉시 처리한다. 전 직원이 시간을 정해 회의를 하지 않는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는데 상암동에 봄의 불청객 하얀 꽃가루가 눈발처럼 날렸다. 학창시절 쉬는 시간이면 지우개로 분필가루를 떨던 추억 속 시골 교실 풍경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