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 2015]`제조벤처` 미래 주인공 꿈꾸는 젊은 창업가 한 자리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무장한 청년 기업가가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제조벤처에 도전장을 던졌다.

월드IT쇼(WIS) 2015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 유망 초기기업(스타트업)이 총 출동했다.

모바일 서비스를 타깃으로 하는 창업이 줄을 잇는 반면, 제조 창업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 하는 실정이다.

지난 2001년 벤처붐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벤처캐피털 투자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제조 분야는 투자금액이 급감했다.

그럼에도 WIS 2015에 출동한 스타트업은 사물인터넷(IoT), 헬스케어, K-팝 등 새로운 시장을 내다보고 제조업에 도전장을 낸 당찬 새내기 창업가다. 이들은 아이디어와 경험, 전문성을 무기로 제조라는 쉽지 않은 길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호주에서 건축을 공부한 손승욱 디자인삼십육점오 대표는 병원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병원인테리어를 하려면 현장에서 일을 해봐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사촌형 동물병원에서 간호일을 도왔다. 어느날 병원의 값비싼 내시경이 고장나 난처해진 상황을 겪었다. 귀나 코, 관절 등을 들여다보는 경성내시경 가격은 개당 2000만원에 이른다.

사업기회를 본 손 대표는 창업사관학교에 입주해 제조 관련 코치를 받았다. 그는 디자인삼십육점오를 창업해 스마트폰에 경성내시경을 결합해 앱을 실행하면 어디서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헬스케어 기기 ‘엑스코프’를 개발했다. 가격은 기존 내시경 제품 20분의 1 수준이다.

손 대표는 “비싼 내시경 제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보건소나 개인병원이 타깃”이라며 “사용이 쉽고 간편하기 때문에 원격진료시장이 열리면 좀 더 다양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이디사운드 창업자인 김희찬 대표는 오디오 반도체 회사 출신이다. 김 대표는 고가 음향기기도 휴대용으로 나오는데, 정작 유행 최첨단을 걷는 디제잉기기가 20~30년 전 제품을 사용하는데 의아함을 느꼈다. 그는 결국 휴대용 전자음악 스튜디오를 표방한 ‘몬스터 고디제이’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디제잉 기기는 물론이고 샘플러, 시퀀서, 키보드, 기타 등을 제공해 작곡 기기도 된다. 크고 무거운 디제잉 기기를 들고다니지 않아도 되고 고가 프로그램까지 기기에 탑재한 ‘올인원’ 제품이다.

제이디사운드는 최근 미국, 일본, 중동, 영국 등 20여개국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013년 ‘비츠바이닥터’로 유명한 몬스터그룹과 라이센싱 계약을 맺으면서 해외진출에 가속도가 붙었다.

정감의 ‘오니아’는 스마트 조명이다. 오니아는 상하단 LED조명 색상조합을 이용해 196가지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 오니아는 단순히 불만 밝히는 조명기기가 아니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색상 선택은 물론이고 신체 리듬과 SNS분석, 체크리스트로 사용자 감정을 분석하고, 적절한 조명 색상을 추천해준다.

권상림 정감 대표는 “제조벤처가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보이지 않는 제품을 상품화시킨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정감은 본래 색채심리를 기반으로 상담이나 명상지도를 하던 회사였다.

정감은 오니아에 최근 음성인식 기능까지 추가했다. “엄마 사랑해.” “친구야 힘내.” 스마트폰에 말을 하면 실내 조명이 색깔을 바꾼다. 오니아는 제품 우수성을 인정받아 스위스 제네바 국제 발명전에서 특별상과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이제 제조업도 제품을 출시해 판매하면 끝이 아니라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고 지속적으로 만족할 수 있도록 콘텐츠와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