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중심 평가…해외는 어떻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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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부가 소매시장 중심이던 경쟁상황평가를 도매시장 중심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이후 이동통신사업자 간 공방이 첨예하다. 10년 넘게 이어져온 시장지배적 사업자 획정 방식에 근본적 변화가 예상돼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달부터 경쟁상황평가 도매시장 중심 확대 작업에 착수한다. 경쟁상황평가는 해당 산업 경쟁 현황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규제 시장과 사업자를 식별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획정하는 근간이다. 지금까지는 이통사와 일반 소비자 간 거래가 이뤄지는 소매시장 중심으로 평가했다.

미래부는 지난달 ‘이통시장 경쟁촉진 및 규제합리화 통신정책 방안’을 발표하며 경쟁상황 평가를 도매시장 중심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금도 도매시장 평가가 이뤄지지만 이를 더 강화하고 세분화하겠다는 것이다. 요금인가제 폐지에 따른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적이다.

도매시장은 기업과 기업 간 망과 장비를 제공하는 시장이다. 소매시장만으로는 유효경쟁 판단에 한계가 있다는 게 변화 배경이다. 한 사업자의 독점이 완화돼 소매시장에서 유효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다. SK텔레콤 시장점유율이 50% 아래로 내려간 상황에서 일어난 변화다.

업계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경쟁 구도가 달라졌기 때문에 평가 대상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시장은 자율경쟁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아직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있다. 도매시장을 평가하더라도 소매시장 지배력 완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 통신시장은 주로 시장 자율경쟁 촉진을 장려하는 데 초점을 둔다. 미국은 경쟁상황평가를 하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정이나 규제가 없다. 유럽연합(EU)은 2014년 관련 시장을 5개로 획정하고 소매시장 사전규제는 폐지, 도매시장에서도 유선망 호발신서비스는 제외했다. 또 사전규제 목적 평가와 시장모니터링을 위한 평가를 분리해 시행한다.

국내 이통사는 이들 국가에서 경쟁상황평가가 도매시장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소매시장에서 유효경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 공감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논란은 결국 소매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이 여전히 존재하는지, 유효경쟁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9일 열릴 이통시장 경쟁촉진 공청회에서도 이를 쟁점으로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간 열띤 토론이 예상된다. ‘소매시장에서 확고한 시장지배력이 존재한다’는 주장과 ‘소매시장은 이미 독점 체제가 무너졌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설 전망이다.

주요 국가 경쟁상황평가

자료:ET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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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