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전력피크일도 예비율 16.5%…“남는 설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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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 전력비상기에 전력이 남아돌았다.

올여름 전력예비율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전력시장 개설 이후로 따지면 두 번째로 높았다. 여름철 전력사정이 가장 나빴던 지난 2012년에 비해 사용량보다 공급력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오는 겨울은 물론이고 당분간 높은 예비율 유지가 예상된다. ‘여유가 있어 좋다’는 평가보다는 오히려 ‘전력계획이 치밀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나온다.

2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여름 전력예비율은 최고 피크 시에도 16.5%를 기록했다. 올해 여름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았던 날은 지난 8월 7일. 이날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원전 76대 규모인 7691만㎾ 전력소비가 발생하면서 최대 피크를 찍었다. 하지만 이때 공급능력은 8959만㎾에 달해 1267만㎾ 전력이 남았다.

전력피크 시 예비율 16.5%는 기록상 2001년 전력시장 개설 이후 2003년에 기록한 17.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예비율이 높았던 덕에 올해는 전력수급 경보도 단 한 차례 울리지 않았다. 하절기 전력수급 기간이 다음 주까지긴 하지만 이미 더위가 한풀 꺾인 상태라 추가 전력경보가 나올 가능성은 극히 낮다.

예비율 상승은 순환정전이 있었던 2011년 이후 발전소 설비용량을 크게 늘린 결과다. 당시 설비용량은 7924만㎾, 공급능력은 7763만㎾로 사실상 전 발전소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이후 신규 발전소 준공이 이어지면서 설비용량이 계속 늘어났고, 올해는 지난해(8867만㎾) 보다 815만㎾가 늘어난 9682만㎾를 기록하면서 예비율 대폭 상승을 이끌었다. 설비용량 증가로 실제 공급능력과 차이도 커지면서 발전소 계획예방 정비 등 여유도 생겼다.

불경기로 인해 전력사용량 증가세는 줄어들고 있다. 2013년 여름에는 오히려 2012년보다 전력피크가 28만㎾ 줄어든 7201만㎾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86만㎾ 늘어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전력당국은 공급능력 증가와 냉방문화 개선을 예비율 상승 이유로 꼽았다. 상가들이 냉방기를 켜 놓은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등 과거 보여 왔던 냉방에너지 낭비 습관을 개선하면서 여름 피크 주범이었던 냉방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올여름은 무더위가 휴가 집중 기간인 7월 말과 8월 초에 찾아오고, 강우로 인해 무더위 기간이 길지 않았던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예비율 상승은 공급력 증가에도 원인이 있지만, 냉방 에너지 소비가 일정수준 유지된 것도 큰 이유”라며 “올해는 무더위와 휴가기간이 겹치면서 평년보다 예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하계 전력피크 및 예비율(단위: 만㎾, %)

올여름 전력피크일도 예비율 16.5%…“남는 설비 많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