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 전공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24학년도 기준, 수도권 반도체 정규 학과의 총 입학 정원은 1152명으로, 2021년(160명) 대비 7.2배 증가했다. 계약학과 역시 2024년 기준 369명으로, 2021년(150명) 대비 2.5배 늘었다.
이는 정부의 산업 정책, 기업의 인력 수요, 대학의 위기 대응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정원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려면, 교육의 품질과 기반 인프라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국 대부분의 대학 반도체 학과는 최근 2~3년 사이에 신설됐다. 정규 학과라 해도 정원이 30~50명에 그치고, 교육 인프라와 실험장비, 전담 교원 확보도 미흡하다. 일부는 계약학과 형태로 운영되지만, 입학 대상 제한성과 공공성 부족이 한계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졸업생을 배출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돼, 현재 실질적으로 산업 현장에 인재를 공급한 대학은 거의 없다.
한국공학대와 성균관대는 오랜 기간 실무형 반도체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온 대학으로 손꼽힌다.
한국공학대는 지난 15년간 졸업생을 배출해 왔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am Research, Applied Materials 등 국내외 유수 반도체 기업에 인재를 공급했다. 성균관대 역시 계약학과를 통해 삼성전자에 꾸준히 인력을 공급해 왔다.
한국공학대는 2005년 수도권 최초로 반도체공학과를 설립, 정원 95명으로 20년 이상 반도체 교육에 투자해 왔다. 누적 졸업생은 1400여 명에 달하며, 이들은 산업 현장에서 중간 관리자와 기술 리더로 활약한다.
한국공학대는 전국 대학 중 유일하게 △국가반도체인재양성 △첨단장비활용인력양성 △산학연융합교육 등 정부의 4대 국비 반도체 인력양성사업에 모두 선정됐다.
경기도 주관 지역특화 인력양성사업에도 연속 참여하며 수도권 산업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균관대는 2006년부터 매년 70명의 정원외 인원을 선발해 삼성전자와 연계한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실무 중심 커리큘럼은 기업 맞춤형 반도체 교육의 대표 모델로 꼽힌다. 계약학과 특성상 입학 기회는 제한적이지만, 기업의 만족도와 취업률, 운영 안정성 면에서는 독보적 경쟁력을 보인다. 2024년부터는 반도체 전공 정규 학과도 신설해 그간 축적된 노하우의 확산이 기대된다.
정부가 양성하는 반도체 인재는 단순히 '정원 수'가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실무형 고급 기술 인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운영의 지속성, 교육 품질, 산업 밀착도, 정책 신뢰도 등이 검증된 대학에 더 많은 입학 정원과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한국공학대와 성균관대는 준비된 대학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이처럼 실적과 경험을 갖춘 대학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반도체 인재의 '허리'를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신설 대학들 역시 이들 우수 모델을 벤치마킹해 체계적인 인재 양성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한국공학대 관계자는 “한국공학대는 20년 넘게 실무 중심 반도체 교육에 매진해왔다”며 “산업계와 국가가 인정하는 교육 모델로서, 앞으로도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핵심 인재를 꾸준히 양성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든든한 허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시흥=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