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협회·단체장 좌담회]"SW 중심사회, SW 발주 사업 구조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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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소프트웨어협단체장 좌담회’가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한 음식점에서 열렸다. 참석자가 소프트웨어 시장 현황과 개선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2015 소프트웨어협단체장 좌담회’가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한 음식점에서 열렸다. 참석자가 소프트웨어 시장 현황과 개선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SW) 중심사회를 슬로건으로 내건 지 1년이 지났다. SW 교육 저변을 확대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공공과 민간 노력이 돋보인다. 아직까지 시장은 선진화되지 못했다. 케케묵은 업계 관행과 문화가 여전히 시장 성장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공공 SW사업 발주 문화부터 개발자 처우까지 개선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선순환 구조 SW 생태계를 서둘러 조성하지 못하면 SW 경쟁력으로 생존이 좌우되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전자신문은 SW업계에 몸담고 있는 협회·단체장과 함께 우리나라 SW 생태계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참석자

△김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장

△이영 한국여성벤처기업협회장

△임차식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장

△조풍연 한국상용SW협회장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사회=최정훈 전자신문 정보사업국장

◇사회(최정훈 전자신문 국장)=정부는 소프트웨어(SW) 중심사회를 강조한다. SW 중심사회 핵심은 무엇보다 인재다. 초·중·고 SW 교육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장에서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우리나라 SW 전문인력 양성은 어떤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

◇조현정(한국SW산업협회장)=SW 인력은 굉장히 중요한 부문이다. 현재 정부는 투 트랙 전략을 택했다. 초·중·고 교육 저변 확대가 첫째다. 현장에서는 교재·콘텐츠·강사 등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교육을 진행한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를 기다리다가는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저변 확대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지속 투자해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고급 인력이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SW 전문인력 8만명이 부족하다. 현장에서는 더 많은 인력을 요구한다. 좋은 개발 인력이 있으면 공장 생산라인이 하나 만들어지는 셈이다. 인재를 활용한 창업도 가능하다. 중국에서는 1년에 300만개 벤처가 탄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누적 수가 3만개고 70% 정도가 정보기술(IT) 분야다. SW 인력이 많았다면 1만개 이상 IT 벤처 창업이 가능할 것이다. 사업 대부분이 인터넷과 서비스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SW 인력이 부족하면 성장하기 힘들다.

◇조풍연(한국상용SW협회장)=SW 교육은 컴퓨터 관련 전공학과 출신을 고급 전문인력으로 키우는 것과 비전산학과를 SW산업으로 전환·흡수하는 일이 필요하다. 고급 인력은 산업현장에서 트레이닝해서 성장한다. 지속적 연구개발(R&D)에 참여하지 않으면 고급 인력이 되기 힘들다. R&D 인력과 기술지원 등 서비스 인력은 질이 다르다. 기업 내부 R&D와 정부 투자를 높여야 한다.

비전산학과를 흡수하는 일은 대학에서 앞장서고 있다. 코딩을 의무화하는 대학도 있다. 단순 컴퓨터 이론 교육이 아니라 실질적 코딩 등 전문 교육이 수반돼야 한다. 대학 교육이 좀 더 확대해 나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무조건 SW 교육을 하라고 해서 창조적 인재나 고급 전문가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SW업을 하면 성공하고 돈도 벌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사회적으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영(한국여성벤처기업협회장)=과거 벤처 붐이 일었을 때 코딩은 일종의 장인정신이 있었다. 당시 대학에서는 코딩을 정말 잘하고 SW를 잘 만드는 학생이 동아리 등에 소속돼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한 수 가르쳐주거나 실력을 뽐내는 사례가 많았다. 서로 코딩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경진대회 등 경쟁으로 실력을 쌓았다. 단순히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하는 셈이다. 최근에 다시 SW 교육을 중요시하는데 과거 사례를 참조해 건전한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김현주(IT여성기업인협회장)=여성 전문인력을 양성, 활용하는 방안도 시급하다. 과거 기업 내부 멘토링 프로젝트를 실시했을 때 남녀가 함께 팀을 짜면 남성 중심으로 움직였다. 여학생은 업무를 지원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여성끼리 팀을 짜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사례를 봤다. 프레젠테이션 기술이나 감성 마케팅 부문에서 강점을 보였다. SW 개발도 곧잘 했다. 이런 여성 강점을 표출할 수 있는 멘토링 사업이 많아져야 한다. 경진대회·잡페스티벌 등 학생과 기업이 함께 일도하고 실습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취업에 성공하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한다. 여성 인력이 SW와 IT를 접하는 기회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사회=SW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면 무엇보다 산업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SW 업계에서는 개발자 등 처우가 열악하다는 평가다. ‘SW 제값 받기’를 강조하지만 정작 임금 구조가 잘못된 사례도 있다.

◇조풍연=SW 인력이 일을 하면서 제대로 된 노임을 못 받는 상황이다. 초·중·고급 개발자 형태인 등급제든 가치 기준이든 임금을 비현실적인 사례가 많다. 이는 용역 대가 자체가 최저가 낙찰 구조기 때문이다. 인건비를 제대로 챙겨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SW 발주 사업에서 과업이 변경되는 일도 많다. 그러나 예산에 반영하지 않는다. 개발자로서는 아무런 대가 없이 추가 일을 하는 셈이다.

SW 종사자에게 제대로 된 수익을 보장해야 한다. 인건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IT 신산업도 성공하기 힘들다.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만 하더라도 알고리즘·추론 구조 설계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논리 구조 하나가 10억원이나 20억원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우리 SW 인건비 구조에서는 힘들다.

◇조현정=우선 상용 SW를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시스템통합(SI) 방식으로 SW 발주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잘못된 인건비 구조가 생긴다. 납품 결과에 따라서 가격을 책정하는 방법도 있다. 금액을 정해둔 후 사업 참여 기업이 책임지고 진행하면 된다. 중간 과정을 없애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스템 기능에만 문제가 없으면 사업은 성공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인력을 얼마나 투입하는지는 SW 기업이 판단할 일이다.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이나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SW 사업을 먼저 진행하고 월·연간으로 비용을 내는 방식이다. 성공 모델을 만들어 다른 영역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SW 임금구조로는 SW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매번 ‘맨먼스(Man/Month)’를 두고 싸우고 있다. 원격지 개발도 어렵다. 우수한 개발자가 투입돼도 차별화가 안 된다.

◇사회=개발자 인건비뿐만 아니라 SW 업계 전반에 ‘제값 주기’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다. SW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SW 제값 주기’ 현실은 어떤가.

◇임차식(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장)=상용 SW업계 숙원은 제품이 제값 받고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성능과 품질로 인정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정부가 공공 SW 사업에서 벤치마크테스트(BMT) 의무화 방안을 추진한다. 지금까지는 사업 입찰 여부를 가격이 결정했다. 그러나 점점 가격 경쟁에서 성능과 품질 위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BMT는 SW 생태계 자체를 바꿀 수 있다. 좋은 SW를 만들었으면 제값 받고 팔고 이익을 얻어 R&D에 재투자해야 한다.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니 기업이 재투자하기가 힘들다.

앞으로 좋은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으면 공공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다. 제품 성능과 품질 확보에 신경 쓰면 향후 시장 경쟁력이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

◇이영=상용SW 업계에서는 최저가 입찰이 가장 큰 문제다. 유지보수요율도 권고안이 있지만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한다. 업그레이드 비용도 있다.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자 추가 개발을 하는데 대가를 인정받지 못한다. 업계에서도 유지보수 비용과 업그레이드 비용을 잘 주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B2C SW가 성공하기 힘든 이유다. B2C 제품 대부분은 가격을 받지 못한다. 무료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B2C 제품은 대부분 외산이다. 국내에서 개발하더라도 성공하기 힘들다.

◇조풍연=최근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민관 TF나 SW모니터링단에서 업계 고충을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고 있다. SW 업계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공에서 바꿔야 할 것이 많다. 국산 SW 제품이 있는데도 SI로 개발하는 공공사업이 많다. 이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한 후에 관련 저작권과 특허권은 모두 공공이 소유하려 한다. 개발에 참여한 기업이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해 민간 시장으로 확대하기 어렵다. 해외 시장 진출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IP를 확보하지 못해 외산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관행이 해결돼야 SW 제값 받기뿐만 아니라 SW 기업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임차식=더 심각한 문제는 공공발주 사업에서 품질을 따지지 않는 것이다. 사업 결과를 보면 실패한 시스템이 거의 없다.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개발됐는지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그냥 기업으로부터 인수를 받아서 유지보수 기간에 문제점을 수정한다. 이렇기 때문에 저가 경쟁이 가능하다.

사업을 추진할 때나 제품을 인수했을 때 모두 테스트로 품질과 성능을 확인해야 한다. 품질 불합격으로 사업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나온다면 수주기업 품질향상 노력은 물론이고 공공 분야에서 좋은 SW를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좋은 SW가 제값을 받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한번에 바꾸기 어려운 점도 있다. 특히 발주자 우려가 많다. 테스트 불합격으로 사업이 지연될 것을 우려해 일단 통과시켜 놓고 시일을 두고 버그를 잡겠다는 생각이 보편화돼 있다.

◇사회=SW 산업 곳곳에 문제점이 숨어 있다. SW 중심사회를 실현하는 데 발목 잡는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지적한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나.

◇김현주=해외진출 지원도 개선할 부분이 있다. 정부에서는 해외 글로벌 전문기업을 양성한다고 하지만 기업으로서는 해외진출이 쉽지 않다. 해외에 나가면 똑같은 고충을 겪는다. KOTRA에서 각 현지 전문가를 연결해주지만 전문가가 정보기술(IT)을 모르는 사례가 많다. 통역 전문가라고 지원해주지만 별 도움이 안 될 때가 많다.

수출 지원 전문가 제도가 너무 지역 중심이다. SW나 IT 등 분야별 전문가 확보도 시급하다. 단순히 실적 내기용 수출 지원보다는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 단발성 사업보다는 장기적이고 전문성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

◇이영=시장 비중은 크지만 사각지대로 놓여 있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는 유·무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그래서 데이터 서비스 업체가 많다. 학원·수능방송·홈쇼핑·소호(SOHO) 등이 대표적이다. 이 분야에 상용SW가 많이 팔린다. 그런데 기업이 모두 영세하다 보니 SW 제값 받기가 안 된다. 수요처가 영세하다는 이유로 SW 제값을 주지 않으려 하고 제값을 줘야 한다는 인식도 부족한 편이다. 새로 SW 기업을 창업하면 대다수가 이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5년만 지나면 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해 망하는 SW 기업이 수두룩하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이 시장을 챙겨야 한다. 그래야 젊은 인재가 나올 수 있다.

◇조풍연=SW 분류 체계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중소SW 기업이 공공 시장에 참여하기 힘든 구조다. 현행 SW 분류는 시스템·미들웨어·보안·멀티미디어 SW를 모두 물품으로 본다. 소기업 지원 제도에 따라 추정 가격 1억원 미만 물품은 소기업·소상공인이 경쟁 입찰해 계약을 체결한다. 중기업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중소기업청 제품 분류에 SW를 적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부분이 풀려야 중소SW 기업이 살 수 있다.

◇조현정=SW 기업도 잘못한 점이 있다. 가격구조 개선이 필요한 시장에 너무 성급하게 뛰어든 셈이다. SW 제값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고자 최저가 입찰을 하게 되면서 자사 제품 품질과 성능보다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려고 한다. 업계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정리=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