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첨단센서 육성 사업을 위한 제언

박상익 삼영S&C 대표
박상익 삼영S&C 대표

스마트센서는 첨단기술의 화두인 스마트기기,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에서 감초처럼 등장한다. 소자 차원의 일반 센서와 달리 감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를 탑재한 지능형 센서다.

우리 정부도 4년 전부터 ‘센서산업 고도화를 위한 첨단센서 육성사업’을 구상하고 예산을 확보했다. 2015년부터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정부가 센서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주도해서 추진한 점, 시의 적절한 발의 시점은 반갑다.

해외 센서 업계 관계자와 만나 한국에서 센서 제조업을 한다고 말하면 무척 부러워한다. 우리나라처럼 자동차, 전기전자,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고루 발전한 나라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사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행운이냐는 말이다.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마음 한 편은 무거워진다.

국내 자동차, 전자 산업에서 사용하는 센서 대부분은 수입산이다. 해외 굴지의 센서 회사는 전 세계 매출의 약 25%를 한국에서 올린다. 유럽 S사는 삼성전자 한 고객사에서만 2014년 1조원의 센서 매출을 올렸다.

자동차와 전기전자 산업이 발달한 독일과 일본은 센서 선진국이다. 수요 산업이 발전하면서 센서 산업도 발전한 것이다. 독일은 정부 주도의 육성 정책 없이도 완성차 업체, 보쉬 같은 부품 업체, 프라운호퍼(연구기관) 간 기술 협력 체계를 갖췄다.

일본의 협력사 간 부품 공급사슬 구조는 해외 업체가 감히 침투하지 못할 정도로 폐쇄돼 있다. 이는 납품 협력 체계를 넘어 기술 협력 체계로 확대된다. 수요기업과 협력업체 간 기술 공유가 부품산업 성장, 산업기술 고도화를 견인했다. 일본 센서 산업은 이에 기반을 두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이면에는 수요·협력업체 간 일종의 기술 카르텔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가전 쪽으로 매출을 올리는 센서 업체는 대부분이 외국산 센서 소자를 수입해 가공·납품한다. 일종의 EMS(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 업체다. 고도 성장기에 소자부터 개발할 시간이 부족했고, 다소 쉽고 빠르게 수익을 내는 선택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문제는 아직도 자동차와 스마트기기에 쓰이는 센서 90% 이상이 해외 제품이라는 점이다. 이는 핵심기술 국산화 노력과 투자가 부족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부의 센서산업 육성책이 시의 적절한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산업의 현실을 보면서 시장 현황을 충분히 고려해 운용해야 한다. “고도화”니 “첨단센서” 같은 말은 우리 현장과 다소 생소한, 너무 좋기만 한 수식어일 수 있다.

센서 사업 종사자는 우선 먹거리가 돼야 연구도 하고 개발도 한다. 산업 기반 조성의 첫 걸음은 수입 규모가 큰 센서의 국산화다. 이미 국산화할 기술을 확보한 업체도 많다. 하지만 작동 알고리즘이 수입 센서에 맞춰진 수요 산업에 국산 센서를 적용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득권을 쥔 외산 기업 견제와 수요산업 적용에 따르는 시간 및 비용 부담 때문이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국산화가 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다. 정부가 정책 운용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현재 사업과제 운용 방식인 중소기업, 연구기관, 학교 중심 사업화 지원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인 사업과제 기획·선정과 구별해 몇 개 수요기업이 주체가 돼 진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래된 패러다임과 평가 방법으로는 어렵다. 지금 수입의존도가 큰 센서 대부분은 이르바 ‘첨단센서’가 아니다. 10여년 전 정부 과제로 지원 받았지만 중복성 등 이유로 기획 초기 단계부터 육성 대상에서 제외된다. ‘센서산업 고도화를 위한 첨단센서 육성사업’이 ‘센서산업 생존을 위한 센서 국산화 사업’으로 운용되기를 바란다.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이 있다.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센서도 좋다. 하지만 현재의 먹거리를 창출해 미래를 준비할 힘을 기르게 해 주는 센서야 말로 진정한 첨단센서가 아닐까.

박상익 삼영S&C 대표 sipk@samyoungs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