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VC 여성 `큰손` 눈길, 국내는 10%도 안 돼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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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는 이달 온라인 유통업체 제트닷컴(Jet.com)을 33억달러에 인수했다. 앞서 유니레버는 온라인 면도기 판매 스타트업 달러쉐이브클럽을 10억달러에 인수했다.

피인수 2개 기업 성공에는 전원 여성 투자심사역으로 이뤄진 벤처캐피털(VC) `포러너벤처스(forerunnerventures)`가 존재했다. 포러너벤처스는 20년 이상 투자업계서 일한 커스틴 그린(Kirsten Green)이 설립했다. 함께 일하는 4명 파트너 모두 유명 소비재와 컨설팅기업 출신이다.


수십억달러의 투자회수(EXIT)사례를 만들어낸 제트닷컴과 달러쉐이브클럽은 모두 여성 파트너로만 이뤄진 `포러너벤처스`가 투자했던 기업이다. 포러너벤처스는 설립자인 커스틴 그린(왼쪽)을 중심으로 소비재, 이커머스 전문 벤처캐피털(VC)을 표방한다. <사진 출처: 포러너벤처스(forerunnerventures.com)>
<수십억달러의 투자회수(EXIT)사례를 만들어낸 제트닷컴과 달러쉐이브클럽은 모두 여성 파트너로만 이뤄진 `포러너벤처스`가 투자했던 기업이다. 포러너벤처스는 설립자인 커스틴 그린(왼쪽)을 중심으로 소비재, 이커머스 전문 벤처캐피털(VC)을 표방한다. <사진 출처: 포러너벤처스(forerunnerventures.com)>>

1조원 이상 기업 가치를 가진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이란 말을 처음 쓴 에일린 리가 설립한 카우보이벤처스도 여성 파트너만 있다. 이미 30여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다.


카우보이벤처스는 설립자인 에일린 리(왼쪽)을 비롯해 모두 여성 파트너로 이뤄진 벤처캐피털(VC)이다. 다른 파트너도 실리콘밸리 기반 기업 경영과 금융 투자 영역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사진 출처: 카우보이벤처스(cowboy.vc)>
<카우보이벤처스는 설립자인 에일린 리(왼쪽)을 비롯해 모두 여성 파트너로 이뤄진 벤처캐피털(VC)이다. 다른 파트너도 실리콘밸리 기반 기업 경영과 금융 투자 영역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사진 출처: 카우보이벤처스(cowboy.vc)>>

15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최근 미국 벤처투자업계에서 `여성파워`의 활약이 눈에 띄는 반면 우리나라는 100개가 넘는 VC 중 한 곳도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없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여성 심사역도 57명에 불과하다. 전체 747명 중 7.1%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바이오·ICT 붐에 힘입어 크게 늘어난 수치다.

2011년 기준 500명의 전체 투자심사역 중 여성은 19명에 불과했다. 2012년 38명, 2013년 41명, 2014년 48명으로 조금씩 늘어났다.

하지만 ICT융합이나 소비재기업 성장에 비해 여성심사역의 성장은 더디다는 지적이다. 기업설명회(IR) 등 투자과정 중에 여성 심사역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마늘을 재료로 친환경접착제를 개발한 이진화 제이알 대표는 “친환경소재에 관심이 많은 여성 소비자나 유럽시장을 겨냥한 제품이지만, 제품 특징이나 성장성을 꼼꼼히 봐주는 투자자를 만나기 어려웠다”며 “단순히 숫자만 볼 게 아니라 트렌드나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현재 업계를 대표하는 여성 심사역은 황유선 컴퍼니케이 부사장, 안신영 에스비아이인베스트먼트 상무, 황지영 인터베스트 상무, 허수영 유니온투자파트너스 이사가 꼽힌다.

국내에서는 정보통신(IT)·바이오벤처 붐이 일어나던 2000년대 초반 산업계에서 일하다 투자 쪽으로 자리를 옮긴 경우가 많다. 허수영 유니온투자파트너스 이사는 영화배급사에서 펀드 투자유치 등을 하다 VC로 옮겼다. 소셜데이팅서비스 `이음`의 박희은 대표는 알토스벤처스로 자리를 옮겨 활발한 스타트업 투자를 하고 있다.


진윤정소프트뱅크벤처스 책임(왼쪽)과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수석은젊은 여성 심사역 중에도 눈에 띄는 인재들이다. 진 책임은 소프트뱅크벤처스 최초 여성 심사역이다. 창업자 출신인 박희은 수석은 스타트업계에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진윤정소프트뱅크벤처스 책임(왼쪽)과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수석은젊은 여성 심사역 중에도 눈에 띄는 인재들이다. 진 책임은 소프트뱅크벤처스 최초 여성 심사역이다. 창업자 출신인 박희은 수석은 스타트업계에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허수영 이사는 “하드웨어, 반도체산업 위주로 투자가 이뤄져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성 심사역의 관심이나 역할이 적었다”며 “앞으로 스마트콘텐츠, 푸드 같은 소프트 분야 기업 잠재력을 봐줄 여성 심사역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금융·투자업계의 보수적 분위기나 과도한 업무량·음주문화 등도 여성 심사역의 진입을 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VC업계가 산업으로 자리 잡은 기간도 짧아 우수 여성 인재의 관심이 적은 것도 원인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사인 올리버 와이만이 만든 `금융업계 내 여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금융기관 경영진 중 여성비율은 4% 미만이다.

이는 주요 국가 중 일본(2%)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었으며, 스위스·멕시코(5%), 콜롬비아(7%)보다 금융기관 내 여성경영진이 적었다. 세계 평균은 16%였다.

앞으로 여성 투자심사역의 참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신아 케이큐브벤처스 상무와 소프트뱅크벤처스 최초 여성심사역인 진윤정 책임도 모바일 투자에서 활약 중이다. 올해 VC 신규 인력양성과정1기 과정 15명 중 4명이 여성인력으로 업계에 `새 피`로 수혈됐다.

이의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근부회장은 “앞으로 화장품, 육아용품 등 여성관련 상품이 늘고 트렌드도 더욱 복잡·다양해지는 데 그런 산업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는 재무적 평가만이 아니라 직관적 감각도 필요한데 해당 분야나 상품 이해도가 높은 전문 인력이 더욱 다양하게 유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심사역 성별 분류 숫자>


투자심사역 성별 분류 숫자

<투자심사역 성별 분류 비율>


투자심사역 성별 분류 비율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