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청년 된 `바람의 나라`...한살짜리 원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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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넥슨컴퓨터박물관에 가면 구형 노트북에 도트(Dot:점으로 이뤄진 2D 그래픽) 게임이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끔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춰 묘한 표정을 짓는다. 어떤 이들은 이 게임에 대해 한참을 서서 이야기하거나 만져보고 누군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 게임은 1996년 서비스를 시작한 `바람의 나라`다. 김진 작가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기네스북은 2011년 바람의 나라 서비스 15주년을 맞아 이 게임을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로 등재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전시하는 `바람의 나라`는 1996년 당시 서비스되던 원본이다. 넥슨은 박물관에 바람의 나라 원본을 재현하기 위해 저스트나인 배정현, 이효진 이사 등 초기 제작에 참여했던 개발자를 찾아 프로젝트를 맡겼다.

없어진 코드를 살리려고 국회 도서관에 보관 중인 당시 게임잡지에서 부록으로 제공했던 번들 디스크까지 뒤졌다. 버전이 다른 클라이언트와 서버, 데이터를 끼워 맞췄다. 복원에 수억원이 들어갔다.

원본 복원을 축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바람의나라 개발 주역. 왼쪽부터 김영구(전 넥스토릭 대표), 송재경(엑스엘게임즈 대표), 김경률(전 애니파크 개발 실장), 김진(만화가), 김정주(NXC 대표), 정상원(넥슨 부사장), 서민(전 넥슨 대표)
<원본 복원을 축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바람의나라 개발 주역. 왼쪽부터 김영구(전 넥스토릭 대표), 송재경(엑스엘게임즈 대표), 김경률(전 애니파크 개발 실장), 김진(만화가), 김정주(NXC 대표), 정상원(넥슨 부사장), 서민(전 넥슨 대표)>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은 “넥슨은 물론 세계 게임사에도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는 그래픽 온라인게임이라 전시 가치가 높았다”며 “역사를 증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복원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원본을 공개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2014년 6월과 7월 두 달 동안 17만건 접속이 이루어졌다. 트렌드와 이용패턴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지만, 바람의 나라 원본을 통해 `추억`을 느끼려는 이들이 줄을 섰다.

원본은 캐릭터 100여개를 복원했다. 99레벨 수준까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20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자정부터 8시까지 청소년 접근이 안 되는 `셧다운제`를 적용했다는 것 정도다.

바람의 나라 원본은 지금도 이용자들이 접속한다. 넥슨컴퓨터박물관 홈페이지에서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 받으면 된다.

20년째 서비스되고 있는 바람의 나라와 함께 원본이 현재를 살아 숨 쉬는 것이다. 최 관장은 “넥슨이 사라지지 않는 한 바람의 나라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 중인 바람의 나라 원본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 중인 바람의 나라 원본>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 중인 바람의 나라 원본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 중인 바람의 나라 원본>

바람의 나라는 `첫 상용 그래픽 MMORPG`라는 의미만 갖는 것은 아니다. 넥슨은 바람의 나라를 수년간 서비스하며 △대규모 접속자 처리 △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 모델로 사업화 도전 △원작의 재해석에 도전했다. 게임 콘텐츠 제작, 서비스, 사업화 노하우가 바람의 나라에 압축됐다.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는 “국내 인터넷 문화의 초석이자 인터넷 서비스의 시작”이라고 바람의 나라 사회적 영향력을 설명했다.

그는 “(바람의 나라가)이용자들에게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소셜·커뮤니케이션 형태를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바람의 나라는 올해 서비스 20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된 것이다.

20년 동안 바람의 나라 캐릭터 스킬 개수는 1만3847개, 아이템은 2만560개, 맵 수는 2만9804개가 만들어졌다. 지난 20년간 바람의 나라에서 이용자들이 결성한 문파(길드)는 1만719개다.

최 관장은 “바람의 나라 복원 당시 많은 개발자들이 이를 부러워했다”며 “보존된 자료가 많지 않아 원본을 살리는데 많은 돈과 시간, 인적자원이 필요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게임업계가 지금부터라도 게임 데이터는 물론 구동 플랫폼까지 체계적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기 때문에 아카이빙(Archiving, 데이터 보존)이 갈수록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 관장은 “인적 자원 외에 데이터를 남기고 관리하는 일이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람의 나라 1996년
<바람의 나라 1996년>
바람의 나라 1998년
<바람의 나라 1998년>
바람의 나라 2008년
<바람의 나라 2008년>
바람의 나라 2015년
<바람의 나라 2015년>
바람의 나라 2012년
<바람의 나라 2012년>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