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3-流](30)R&D대혁신

[창간 34주년 특집3-流](30)R&D대혁신

“산업현장 수요와 실제 연구개발(R&D) 과제 간 괴리가 매우 크다.”

“정부 R&D는 시장의 참여가 곤란한 연구,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에 중점을 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다. 정부는 전략 없는 R&D 투자 확대에 따른 혁신 위기를 심각하게 보고 지난해부터 R&D 혁신을 주장해왔다. 이 같은 문제의식 하에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 R&D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혁신방안은 미래창조과학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했다.

◇연평균 12%씩 성장해온 R&D 투자

국가 R&D투자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약 12%씩 증가했다. 국내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정부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선진국을 빠르게 추격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정부R&D 투자는 2003년 6조5000억원에서 2008년 11조1000억원, 2014년 17조7000억원, 2016년 1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문제점은 나타났다. 기존 패스트팔로어(Fast-Follower)식 R&D는 성공하기는 쉬우나 혁신을 일으키는 데에는 한계라고 지적됐다. 정부-민간, 산학연간, 부처간, 출연연(25개)간 영역 충돌과 협업이 부족했다. 출연연과 대학은 시장을 외면한 나홀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도 고충은 많았다. 공급자인 정부 중심 복잡한 평가와 관리체계로 행정절차가 상당한 부담이었다. R&D 전략과 투자우선순위 부재 등 컨트롤 타워 기능도 미흡했다.

이런 내용을 1차 혁신방안에 담았고 개선키로 했다. 개선한 결과는 지난해 12월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에서 보고했다. 이에 멈추지 않고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5월에 정부 R&D 2차 방안을 내놨다. 그 과정 속에 미래부에는 과기 컨트롤 타워인 과학기술전략본부가 생겼고, 또 몇 개월 뒤에는 대통령 주재의 과학기술전략회의가 만들어졌다.

◇R&D 혁신방안과 성과

1차 R&D 혁신방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다. △정부·민간, 산학연간 중복 해소 △출연연 혁신 △출연연·대학의 중소기업 연구소화 △R&D기획관리체계 혁신 △R&D거버넌스 혁신이 골자다.

정부와 민간, 산학연간 중복 R&D로 연구 주체간 역할이 중복돼 투자의 비효율이 발생했다. 산학연간 과제수주 경쟁으로 기초-응용-개발 연구단계별로 역할이 불분명하기도 했다. 정부는 R&D 예산 배분 단계부터 정부와 민간 중복투자 방지를 강화하고 사업기획과 공고단계에서 산학연 역할을 명확히 구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 다음 출연연 혁신을 내세웠다. 연구비, 인건비 등을 경쟁해 조달하게 하는 연구과제 중심제도(PBS)로 출연연간, 출연연과 기업간 협력을 저해하고, 단기 과제 위주 수행으로 미래를 선도할 원천연구 수행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출연연이 미래선도형 기초 원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PBS 비중을 축소했다. 융합연구단 구성으로 출연연간 협업을 촉진하고, 민간수탁실적과 연계한 출연금 배분(프라운호퍼 방식)으로 출연연과 기업 간 협력을 활성화했다.

출연연과 대학의 중소기업 연구소화도 꾀했다. 출연연의 중소기업 전진기지화, 부처별 중소기업 지원 효율화와 기업 주도 R&D지원, 체계 마련 등을 통해 중소기업 기술혁신 역량을 강화했다.

R&D 기획과 관리체계에도 손을 댔다. 중장기 전략에 근거한 R&D 투자와 기술개발의 적시성 확보 미흡, 논문 건수 중심 평가와 복잡한 행정절차로 성과창출 저해한다고 파악, 성과창출형 평가와 관리체계로 바꿨다.

R&D컨트롤 타워(국과심)에 대한 전문적, 체계적 지원 미흡, 부처별 연구관리전문기관 운영 등으로 R&D종합조정 기능이 약화된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국과심 기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 연구관리전문기관의 단계적 재편을 했다. 과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미래부 내 과학기술전략본부(실장급 본부장)를 출범시켰다.

일관된 과학기술 정책을 내놓을 과기정책원 설립 추진을 위해 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을 통합하기 위한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통과되지는 않았다. 미래부 관계자는 “38개 과제 중 35개의 조치를 제도적으로 고쳤다”며 “다만 개선되지 않은 3개 과제는 국회를 통한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고, 대통령령이나 행정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제도적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과기정책 컨트롤타워 미래부 실장에서 대통령으로

지난해 9월 정부 R&D 거버넌스를 혁신하기 위해 과학기술전략본부가 신설됐다. 전략본부는 R&D 예산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우선순위를 솎아냈다.

그러다 정부는 1차 방안의 한계를 언급하며 2차 R&D 개선방안을 지난 5월 발표했다. 구체적인 제도개선 성과에도 현장의 체감도가 낮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아직 제도개선 초기이므로 현장착근에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정부 R&D거버넌스 개편 미완성으로 리더십이 여전히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국가과학기술정책 체계도
국가과학기술정책 체계도

본부장급의 과기정책 컨트롤타워 리더십 한계를 느껴 대통령 주재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한 배경이다. 이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과학기술계, 산업계, 정부가 참여해 혁신역량을 결합하는 과학기술분야 최고의사결정 기구를 구성했다. 국가 R&D 정책 중장기 비전설정, 전략적 우선순위와 투자방향 수립, 연구생태계 복원 등 정부 R&D정책의 큰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의지다.

주요 선진국은 최고 의사결정자가 직접 과기정책 결정에 참여한다. 일본은 종합과학기술회의, 미국은 과학기술정책실(OSTP)에서 과기정책을 결정한다.

2차 R&D혁신 방향은 △선택과 집중 △연구할 맛 나는 환경 조성이다. 투트랙(Two-Track) 전략으로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전략분야(톱다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바텀업)한다. 정부는 실패위험이 높은 도전적 연구의 시행 착오 비용을 부담키로 했다.

대학, 출연연, 기업이 서로 차별성 없는 연구를 하며 소모적으로 경쟁하는 방식을 각자 역할에 맞고 잘할 수 있는 연구를 하도록 개편한다. 대학은 한계돌파형 기초연구와 인력 양성 기지로 체질을 개선한다. 출연연은 10년 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원천연구,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연구에 매진하도록 한다. 기업은 상용화 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업별 특성에 맞는 상용화 R&D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또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대표 브랜드인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8월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는 9개의 국가전략 프로젝트 추진 계획이 발표됐다. 성장동력 확보 분야로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자율주행자동차, 경량소재, 스마트시티 등 5개와 국민행복과 삶의 질 제고 분야로 정밀의료, 탄소자원화, 초미세먼지, 바이오 신약 등 4개를 상정했다.

대형 첨단 원천연구에도 투자한다. 기초연구, 중소기업 개발 R&D 등은 수요자가 주체가 되는 개방형 R&D 추진한다.

개방형 연구생태계도 조성한다. 과기계가 자율과 창의를 가지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연구생태계 조성에 주력한다. 불필요한 R&D 규제는 뿌리까지 근절키로 했다. 전문연구관리기관(18개)은 관료주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역할조정 등 효율화를 추진한다. 연구몰입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간섭과 행정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자율과 책임 연구환경을 위해 평가제도 혁신, 책임성 확보장치를 마련한다. 기초연구사업은 논문 수, 특허 수 등 양적 성과목표를 전면 삭제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표성과 위주(질 중심)로 정성평가한다. 과학기술인이 존경받는 사회를 위해 우수한 교포인재와 해외 인재 전략적 유치, 국내정착도 지원한다.

<1차 정부 R&D 혁신방안 실천과제와 성과>


1차 정부 R&D 혁신방안 실천과제와 성과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