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오토파일럿(Autopilot) 시스템 8.0버전을 내놓는다. 지난 5월 오토파일럿 모드에서 일어난 사망사고를 계기로 작동 방식을 대폭 바꿨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레이더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장애물을 더 잘 식별할 수 있도록 오토파일럿을 업데이트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테슬라 차량 이용자는 2주 안에 오토파일럿 8.0 버전을 내려받아 쓸 수 있다.
오토파일럿은 전방 카메라와 레이더, 차량 둘레에 있는 12개 초음파 센서로 차량을 조종하고 속도를 조절한다.
외신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카메라가 오토파일럿 기능의 주된 정보 원천이었다. 레이더는 2014년 10월부터 테슬라 차량에 탑재됐지만 카메라와 이미지 처리 기술 보조 역할만 했다. 이번 업그레이드 버전은 10분의 1초마다 레이더를 발사해 3차원 영상을 얻어 사물 식별 기능을 개선했다.
머스크는 콘퍼런스콜에서 “궁극적으로 (일반 자동차보다) 안전성이 3배로 향상될 것”이라면서 “나쁜 것에서 좋은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good)에서 굉장한 것(great)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선이 지난 5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일어난 사망사고를 막았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레이더가 도로 큰 금속 물체를 인식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차량 카메라는 하얀색의 트럭과 하늘을 구분하지 못하면서 결국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졌다.
레이더는 안개 낀 날 같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위력을 발휘한다고 테슬라는 설명했다. 카메라나 운전자가 장애물을 알아보기 훨씬 전부터 전방 차량 등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블로그에서 “레이더를 이용해 차를 제동할 때 큰 문제는 잘못된 경보(false alarm)를 피하는 것”이라면서 “크고 단단한 물체에 부딪히려 한다면 브레이크를 세게 밟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음료수 캔을 치려 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신호 처리 절차를 향상해 레이더를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레이더가 자율주행에 효과적인 기술이라고 믿고 있다. 구글을 비롯해 완전한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는 다른 업체는 레이더와 비슷하지만, 레이저를 이용하는 `라이더`(lidar)라는 기술에 의존한다. 머스크는 이날도 라이더를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성능이 레이더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운전자 주의를 환기시키는 오토스티어링 기능도 강화됐다. 운전자가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를 1시간 이내에 3차례 무시했을 때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저절로 해제된다. 시스템을 다시 작동하려면 차를 세운 뒤 시스템을 다시 가동해야 한다. 시속 8마일 이하 교통정체 상황에서는 핸들을 잡을 필요가 없지만 시속 45마일을 넘어서거나 차선 변경, 커브길, 전방 차량이 나타나면 핸들을 잡으라는 경고음이 울린다.
머스크는 “이번 기술이 교통사고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차량사고를 줄이는데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