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5)ICT 이니셔티브 2020-한국 ICT의 새로운 미래, 소프트파워에 달렸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소프트파워`가 주목받고 있다. 소프트파워는 본래 미국의 대외 정책을 말하는 것으로, 군사력이나 경제력에 대비한 `문화의 힘`을 의미했다. 4차 산업혁명의 맥락에서 소프트파워는 사실상 하드웨어(HW)를 제외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소프트웨어(SW)는 물론 창의력, 콘텐츠, 법·제도, 플랫폼 등 한 사회나 회사·개인이 지닌 보이지 않는 경쟁력 전체가 포함된다.

[신년 기획](5)ICT 이니셔티브 2020-한국 ICT의 새로운 미래, 소프트파워에 달렸다

지금까지 인류가 개발해 온 전기·전자·디지털 기술이 더 이상 진보를 기대하기 어려운 극한까지 발전하고, 모든 사물이 연결되며, 지능까지 갖추게 되는 세상. 이런 세상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가 하는 소프트파워가 중요해진다. HW 중심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임박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는 새로운 현상의 주요 특징은 초연결, 지능화, 신기술, 융·복합이다.

가장 큰 특징은 초연결이다. 기존 유선과 무선 인터넷에 사물인터넷(IoT)이 보태진다. 사람, 기기, 사물, 데이터, 지능이 모두 연결된다. 정보와 정보가 더해지면서 무한한 데이터가 생성된다. 이 데이터를 전송하고 저장하고 분석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기술이다.

지능화는 3차 산업혁명 시기에 달성하기 어려운 기술 진보다. IoT와 인공지능(AI) 기술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지능화가 가능해졌다. IoT는 사물의 지능화이고, AI는 컴퓨터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추게 됐음을 의미한다. 지능화를 통해 더 복잡한 연결, 더 복잡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신기술이 반드시 처음 등장한 기술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실 3D 프린터나 로봇, AI 등은 오래 전부터 존재한 기술이나 개념이다. 다만 기술이 무르익었거나 주변 여건이 개선되면서 쓰일 기회를 갖게 된 경우가 많다.

융·복합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욱 많은 융·복합이 이뤄지고,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던 많은 융·복합이 실현되면서 사회 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의 위험성 가운데 하나는 독점 시장 형성이다. 4차 산업혁명에는 너무나 고도화된 ICT가 활용되다 보니 누군가 특출한 아이디어나 기술로 플랫폼을 만들면 경쟁사가 이를 따라 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한 번 만들기만 하면 천문단위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른바 `수확체증 법칙`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4차 산업혁명에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을 버려야 한국 ICT가 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HW보다 SW가 중요해진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모두 SW 기술력이 없으면 구현이 불가능하다.

창의성도 핵심 역량이다. IoT에서 어떤 사물을 연결할 것인가, 어떤 산업을 서로 융·복합시킬 것인가를 찾아내고 결정하는 게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빅데이터 분석은 창의성이 생명이다. 어떤 통찰력을 끌어낼 것인가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다. 예를 들어 한 금융회사가 주가 변동을 잘 맞추는 AI 빅데이터 시스템을 개발한다면 이 회사는 경쟁사를 누르고 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누릴 수도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에선 SW, 창의성 같은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이 커진다.

그러나 한국 ICT 산업 구조는 지나치게 HW 중심이다. 스마트폰이 대표 사례다.

2015년 기준 ICT 생산 규모는 ICT 기기 333조5000억원, 정보통신방송서비스 72조4000억원, SW 38조6000억원으로 ICT 기기 비중이 75%로 압도한다. 비HW 계열 비중은 25%에 그친다.

같은 해 세계 IT 기기 시장 규모는 6580억달러로 전체 3조5550억달러의 18.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기업 SW, IT 서비스, 통신 서비스 등 비HW 계열이 차지했다. 한국 ICT 산업 구조가 세계와 정반대임을 보여 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ICT 산업 구조에서 HW와 SW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인프라 앞선 한국, 콘텐츠·제도 경쟁력 확보해야

`ICT는 인프라다.`

ICT는 그 자체가 산업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하나의 인프라 역할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프라보다 그것을 이용하는 산업의 중요성이 커진다. 도로를 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 산업의 가치가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국의 축복 가운데 하나는 세계 최고의 통신 인프라를 갖췄다는 점이다.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은 말할 것도 없고 2019년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앞뒀다. IoT 전국망을 세계 최초로 구축한 것도 한국이고 세계 수준의 제조사도 여럿이다. 클라우드나 빅데이터 환경도 뒤지지 않는다.

콘텐츠만 뒷받침되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다. 고속도로를 달릴 `자동차`가 필요한 셈이다. 핀테크, 가상현실(VR), IoT, 빅데이터 서비스 등 앞선 인프라를 활용한 창의 콘텐츠가 출현해야 한다. 인재 양성과 아이디어 발굴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규제 해소`는 단골 메뉴다. 다가오는 시대에는 ICT 산업 자체보다 `ICT+기존 산업`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더 중요하다. 융·복합이 핵심 요소인 것이다.

융·복합의 걸림돌은 기존의 규제 체계다. 산업별 규제 체계는 산업 간 융합 현실 앞에 무력하다. 전혀 새롭게 나오는 서비스에 대응하지 못한다.

현행 규제 체계에선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를 달리지 못하고, 5G는 통신이 불가능하며, 드론은 날지 못하고, 포켓몬스터 한 마리 잡기 어렵다.

기존 규제의 틀 혁신은 물론 새로운 법을 만들 때 반드시 4차 산업혁명 관점을 도입, 산업 발전 걸림돌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ICT 생산 중장기 전망(단위:조원) 자료:KISDI(ICT산업 중장기 전망 및 대응전략)>


ICT 생산 중장기 전망(단위:조원) 자료:KISDI(ICT산업 중장기 전망 및 대응전략)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