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연구개발혁신부`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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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혁신부(가칭)`는 연간 20조원이 투입되는 국가 연구개발(R&D) 혁신을 주도하는 정부 조직이다. 비효율 늪에 빠진 국가 R&D 시스템의 대개혁을 이끄는 것이 첫 번째 임무다. 미래 R&D 로드맵을 제시하고,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R&D 기능을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다.

전략회의/국과심/자문회의 관계
<전략회의/국과심/자문회의 관계>

◇왜 R&D 혁신인가

우리나라 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23%로 OECD 가입국 가운데 1위다. 총액 기준(65조원)으로 세계 6위 수준이다. 정부 R&D 비용은 2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효율성이 낮다. 매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면 비용 대비 낮은 연구 성과가 도마에 오른다. 원인은 1980~1990년대에 만들어진 R&D 시스템이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R&D 대표 조직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고령화 역피라미드 구조로 늙어 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꾸준히 출연연 임무와 거버넌스 변화에 대한 총론은 나왔지만 세부 실천은 이뤄지지 않았다. 새 정부에서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된 이 문제를 정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추진 체계가 필요하다. 출연연 등 국가 R&D 혁신 주체의 달라진 임무를 재정립하고 이에 맞춰 제로베이스에서 새판을 짜야 한다. 연구개발혁신부는 이 같은 개혁 수행이 핵심 과제다.

◇컨트롤타워 부재·과학 홀대 문제도 해결

박근혜 정부에서는 과학 기술 컨트롤 타워 부재 논란이 한층 가중됐다. 2013년 `국가과학기술심의회`(국과심)를 출범한 상황에서 2016년 대통령 주재의 `과학기술전략회의`가 하나 더 생겼다. 과학기술전략회의는 총리 주재의 국과심이 각 부처 장관을 움직이는 `힘`이 없다는 여론이 일자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회의가 또 생긴 셈이다. 그러나 임기 3년 차에 설립돼 때가 너무 늦었고, 국과심이 이미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주재 전략회의가 생기면서 과학 기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의사 결정 기구가 둘이 되는 기형 구조가 됐다.

과학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합쳐지면서 과학 기술 홀대론이 끊이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ICT 이슈가 워낙 크게 부각되면서 과학이나 R&D 정책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비판이다.

연구개발혁신부로 과학 기술 독립 부처가 부활하면 이런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4시간 국가 R&D를 고민하는 주무 부처가 생기면 미래 성장 동력 연구와 발굴도 더욱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 과학기술전략본부→국가과학기술심의회→과학기술전략회의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도 연구개발혁신부로 일원화할 수 있다. 부처별 R&D 심의 조정을 위한 전략회의가 유지되더라도 연구개발혁신부가 실무 총괄을 맡으면 군더더기 없는 의사 결정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개발혁신부의 핵심 역할은?

연구개발혁신부는 정부-민간, 산·학·연 연구 주체 간 역할 중복으로 인해 투자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을 확실히 해소해야 한다. 산·학·연 간 과제 수주 경쟁으로 기초-응용-개발 연구단계별 역할이 불분명한 것은 줄이고, R&D 예산 배분과 사업기획 단계부터 정부와 민간의 중복 투자를 방지해야 한다.

출연연의 시대정신을 재정립하고 구조 개편 역시 해나가야 한다. 출연연의 미션을 새롭게 정립하고 단기 과제 위주의 수행보다 중장기 과제, 원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모호한 연구`가 아닌 `필요한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 개선과 공무원처럼 움직이는 조직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정부 R&D 거버넌스 혁신도 해야 한다. 현재 정부 부처별로 총 13개 `연구관리전문기관`을 각자 운영하고 있어 R&D 종합 조정 기능이 미약하다. 각 부처는 국가 R&D에서 자신의 이권과 영역 확보 및 확장을 위해 상호 경쟁 및 갈등을 조장한다. 이처럼 산재한 연구관리전문기관은 R&D 혁신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4일 “국가과학기술정보서비스(NTIS)로 각 부처의 R&D 사업 정보를 모으는 일도 상당히 어려웠다”면서 “연구관리전문기관을 통합하지 않으면 R&D 혁신은 먼 나라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13개 연구관리전문기관은 연구 서식도 각기 모두 다르다. 각 부처 연구관리전문기관은 부처 R&D 사업을 따로따로 관리하고 있으며, 통합 정보 시스템인 NTIS가 있음에도 정보 수집이 100% 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아무리 R&D 비용을 늘려도 중복 투자가 줄지 않고 효율이 떨어지게 만든다. 또 R&D 컨트롤 타워인 국과심에 대한 전문 및 체계화된 지원을 미흡하게 만든다. 차기 정권에서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를 하려면 국과심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를 보좌하는 독임 부처가 연구관리전문기관에 손을 대 단계별로 재편해야 한다.

◇독립 부처 힘들면 특허 등 유관기능 통합도 고려

과학 기술 독립 부처격인 연구개발혁신부 출범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과연 독립 부처를 구성할 정도로 사무와 조직이 갖춰지느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도 이 같은 문제 때문에 ICT 분야와 합쳐 미래창조과학부라는 하나의 부처가 탄생했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 독립 부처 위상을 띤 과학기술부 조직을 참고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독립 부처가 안된다면 특허청과 합쳐 `과학특허부(가칭)`와 같은 거버넌스 구조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과학계에서는 “독립 부처 구성이 어렵다면 과거 과학기술처처럼 위상은 낮아도 과학 기술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독립 조직이면 충분하다”는 여론도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