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조석준 전 기상청장 저 `기후변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기후변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표지.
`기후변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표지.

우리는 이전에 겪어 보지 못한 기후변화 시대에 이미 들어섰다. 이번에 시작된 기후변화는 이전 지구 역사 그것과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 지난 수십억년 지구 역사상 크고 작은 기후변화가 수없이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성격의 기후변화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기후변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초특급`이기도 하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기상이변, 자연생태계 변화와 재난·재해 사고 배후에는 어김없이 기후변화라는 이유가 따라붙는다. 기후변화가 인류를 비롯한 지구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 왔는지, 그리고 그 끝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상상이 안 된다.

다행인 것은 기후변화예측 시나리오를 책임지는 `국제기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참여한 세계적 과학자들이 앞으로 20년 이상 세계 국가의 탄소감축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전제로 아직 인간에게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살릴 시간과 역량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 지구적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됐고, 세계는 이미 신기후체제에 들어섰다. 기후변화 협상은 총성 없는 전쟁터처럼 국가 간 긴장감과 치열함으로 가득하다. 각국 탄소배출량 목표 할당, 에너지체제 개편, 대기오염, 미세먼지, 물 부족에 따른 각국 간 협상, 신종 전염병의 글로벌 방역체계 마련 등 현안이 부지기수다.

신기후체제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어디까지일까. 또 우리 국민의 일상생활에 미칠 파장은 어떻게 될까. 우리 정부와 관계 당국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국민들은 기후변화 심각성을 이해하고, 고통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40여년간 기상기후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9대 기상청장을 역임한 저자는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기후변화를 `돌연변이형`으로 규정하고, 인류 공동의 노력으로 흐름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치적 격랑에 휩싸인 `대한민국호`가 신기후체제라는 태풍 속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대응으로 이어지는 세계질서 재편 대열에서 낙오하면 개인이든 나라든 추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 모든 국민이 기후변화 실체와 대응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분야를 오래 경험한 저자는 국내외 기후변화 현황과 대응책, 적응방법 등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기업은 기상과 기후변화에 대한 자료를 정기적으로 확보해 경영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기업이 가지고 있는 여러 기능을 활용해 타개해 나가는 시나리오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저자는 특히 기후변화 해결 총아가 정보기술(IT)이라고 진단했다.

기후변화 정책 수립·실행에 필요한 데이터 처리와 보관, 실시간적인 상황 파악과 조치를 제대로 수행하는 방법은 모든 산업분야에 IT솔루션을 결합,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빠르게 만들어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후변화가 4차 산업혁명, 세계질서 재편 추세와 함께 지금 우리에게 닥쳐 온 삼각파도라고 정의했다. 이 삼각파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말한다.

조석준 지음. 푸른지구 펴냄. 1만4000원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