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랜섬웨어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중국에서는 몸값 지불 수단으로 악용된 비트코인에 제재 움직임이 관측된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 규정이 없는데다 높은 익명성에 기대 각종 불법·범죄 자금 은닉과 돈세탁, 투기에 악용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랜섬웨어 범죄자에게 날개를 달아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업계와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내달 비트코인 거래 관리 감독방안을 마련해 공개할 예정이다. 비트코인 거래 사이트 등을 조사한 결과 여러 곳에서 불법 행위와 규정 위반이 발견됐고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비트코인 거래업체 관리·감독 규정과 돈세탁 방지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해 전체 비트코인 거래량 90% 이상이 집중될 정도로 비트코인 인기가 높다. 금융당국 손길이 미치지 않아 고액 자산가가 탈세를 하거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데 수단으로도 각광받았다. 수요 급증으로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덩달아 뛰면서 대규모 투기 자본도 유입됐다.
올해 들어선 중국 정부가 규제 방침을 밝히면서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대로 급감했지만 여전히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최근 비트코인 제도권 편입 기대감이 커지면서 거래량과 거래가격이 급등하는 추세다.
반면 중국은 최근 '워나크라이' 랜섬웨어에 직격탄을 맞으며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더 커졌다. ATM부터 주요 기관, 대학, 병원 등 3만여 곳이 랜섬웨어에 감염돼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했다. 중국 주요 매체도 랜섬웨어와 함께 비트코인이 해커에게 수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들어 규제 강화 여론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비트코인은 중앙 발행기관이 없어 정부나 금융당국이 환율이나 시세에 관여하기 어렵지만 각국 정부 규제나 제도화 움직임에 따라 시세가 큰 폭으로 변동되고 있다. 가상화폐로서 가능성보다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 대상으로 주목 받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미국, 일본 등 정책에 영향을 받아 1비트코인당 국내 거래가는 한 달 새 140만원대에서 220만원대로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비트코인 규제 방향성에 따라 시세가 다시 한 번 큰 폭으로 조정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일본과 같이 규제를 강화하면서 제도권 내로 편입하는 방안이 검토될 경우 거래 수요가 큰 폭으로 풀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대로 제재에 초점을 맞춘 관리 감독이 이뤄질 시에는 시세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에서도 소관 영역으로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일단 모니터링만 지속하는 상황이다. 경찰에서는 최근 수년간 랜섬웨어로 인한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범죄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글로벌 비트코인 정보업체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17일 기준 국내 비트코인 하루 거래 규모는 339억원(원화 거래 기준)이다. 전 세계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5%로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유로화에 이어 5번째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