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이 버겁다는 소상공인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닫고 있다. 소상공인 대다수의 어려움과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절차 및 요건 완화 요구는 듣지 않고 정부는 홍보성 방문만 계속하며 설익은 추가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주장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소상공인 현안 실태 조사 결과 공개 시점을 늦춘 것으로 드러났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10일부터 9일 동안 소상공인 627명 대상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달 말 발표를 계획했지만 결과 발표는 정부 보고 이후로 미뤄졌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르는 소상공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내용과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이 부진한 실태를 정부에 알리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정부가 결과에 부담을 느껴 발표 시점을 늦췄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했다”면서 “정부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 이후에 공표하길 바랐다”고 밝혔다.
일자리 안정자금 대책 시행 결과가 나쁘게 비춰질 것을 우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현장 반응이 좋지 않을 것을 우려해 크게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민간이 직접 실시한 실태조사를 정부 방침에 맞춰 보고 후 공표하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소상공인 대부분은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안정자금도 4대 사회보험 가입을 필수로 하고 있어 신청이 쉽지 않다는 응답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고용보험 가입 요건은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용보험 가입으로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도 가입해야 한다. 월 15만원가량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단기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도 실수령액이 줄어 4대 보험을 들지 말고 차라리 현금으로 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상황이다.
지원 기간이 최대 1년에 불과하고, 4대 보험 가입에 따른 부담은 온전히 사업주가 떠안아야 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사업주에게만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 직원 등 근로자에게도 4대 보험 가입이 필수라는 점을 홍보하는 등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자리 안정자금은 현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정부가 처음에 예상한 수준에서 1%에도 못 미친다. 고용노동부는 1월까지 총 236만명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26일까지 집계한 결과 사업자 수 기준으로는 9513명, 근로자 수로는 2만2845명이 각각 신청했다. 정부는 월급날이 몰려 있는 25일 전후로 신청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마저도 예측이 빗나갔다.
현장에서는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면밀한 분석과 대책 마련 없이 성급하게 추진된 정책자금 투입 결정으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일자리 안정자금 투입에 이어 보완책으로 당정이 내놓은 영세업자 카드수수료 인하, 임대료 상한선 하향 조정 등 추가 대책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해 어떤 부분이 가장 큰 어려움이 있고 어떤 어려움을 줄여야 일자리 안정자금 투입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좋은 의도로 추진하는 정책이 오해 없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현실을 명확히 진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이어질 최저 임금 추가 인상에 대해서도 “최저 임금을 둘러싸고 개별로 논의되던 주제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최저 임금 기준 마련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