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전자피부, 동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날 온다

[이슈분석]전자피부, 동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날 온다

미국의 비즈니스 및 기술 뉴스 웹사이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지금과 같은 기술 속도라면 조만간 동네 가게에서 손쉽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자피부 기술에 대한 전망이다. 2012년에 개봉된 영화 '토탈리콜'에서 주인공 퀘이드는 손바닥을 유리에 대고 화상 통화를 한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전자피부가 기술 발달로 우리 일상생활 속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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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예측처럼 편의점에서 구입해 손에 간단히 붙이기만 하면 통화도 되고 인체 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 및 치료까지 가능한 전자피부 상용화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는 전자피부 관련 국내외 연구 성과 동향을 분석하면 상용화가 임박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홍용택 교수팀은 신체에 부착, 신체 모양대로 움직이는 전자 기판을 개발했다.

기술의 핵심은 파스처럼 유연한 기판이다. 파스에 칩을 내장, 피부에 붙이는 기술은 기존에도 병원에서 환자의 맥박을 재기 위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재가 딱딱해서 움직이는 부분에는 활용할 수 없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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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핵심은 전자 기판 내부에 탄력이 높은 플라스틱 물질을 삽입한 것이다. 기판에 배열한 칩이 배선과 떨어지지 않도록 한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신체 어느 부분에 붙여도 완벽히 밀착해서 맥박, 온도, 혈압을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어 추가 연구가 이어지면 의료 분야의 전자피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존 플라스틱이나 고무 기판과 달리 나노섬유 기판을 이용한 전자피부도 완성됐다. 이성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신물질과학전공 교수팀의 연구 성과다. 전자피부 기판으로 나노섬유를 이용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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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모니터링 등 의료 분야에서 전자피부는 피부 트러블이나 이물감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헬스 모니터링 관련 전자피부는 대부분 플라스틱이나 고무 기판이었다. 피부에 부착하면 염증을 유발하고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 교수가 개발한 나노섬유 기판은 물에 잘 녹는 고분자 폴리비닐 알코올을 금 입자로 코팅한 나노 크기 섬유로 제작, 그물망 구조로 엮은 것이다.

그 위에 기존의 전자피부 기술을 활용해 터치, 온도, 압력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제작해서 탑재했다. 기존의 전자피부 소재에 비해 생체 친화도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임상 시험으로 입증했다.

이 교수는 18일 “스마트기기와 연동하고 오랜 시간 신체 정보를 모니터링하기에 적합한 전자피부 플랫폼만 개발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롭게 활동하는 사람의 생체 정보를 정밀하게 연속해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려면 전자피부 소재뿐만 아니라 무선기술은 필수다.

장경인 DGIST 로봇공학전공 교수는 최근 식물의 덩굴 구조를 모방한 전도선을 활용, 무선통신 기반의 전자피부 개발에 성공했다.

단일 센서들을 활용한 건강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려면 별도의 장비를 갖춘 병원에서나 가능했다. 장 교수가 개발한 전자피부는 활동하는 인간의 생체 신호 수집에서 저장, 분석, 외부기기로의 무선통신까지 가능하다.

실제로 연구팀은 사람의 가슴에 전자피부를 부착해 심전도와 가슴의 움직임 등 생체 신호를 수집했고, 내장된 무선 안테나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에 정보를 전송하는 실험까지 마쳤다.

장 교수는 “조만간 도서·산간 지역이나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 대상의 원격 진료 및 치료 서비스 제공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커 형태의 초박형 전자피부도 잇달아 개발됐다. KAIST 연구진은 최근 헬스케어 분야 전자피부 기술 2건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조영호 교수팀은 우표 크기의 전자 패치를 붙여서 스트레스 등 착용자의 정신 건강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회준·유승협 교수 공동연구팀도 신체에 부착해 착용자의 심전도, 근전도, 산소 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스티커 센서 개발에 성공했다.

극초박형 전자피부는 일본 도쿄 연구팀이 최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피부는 머리카락 굵기의 50분의 1 수준이다. 혈중 산소량을 측정, 전자피부를 통해 디지털 숫자로 보여 준다.

인체 치료용 전자피부도 개발됐다.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는 최근 긁힘이나 충격으로 인한 손실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전자피부를 공개했다.

이 전자피부는 사람 피부 기능과 기계 특성을 모방한 반투명 물질로, 압력·온도·습도·공기의 흐름을 측정하기 위한 센서를 내장하고 있다.

헬스 모니터링 및 치료를 위한 전자피부뿐만 아니라 피부를 마우스나 키보드, 리모컨, 디스플레이처럼 다양한 입력 장치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도 급진전했다.

독일에서는 지난달 터치 없이 가상 물체를 제어하는 전자피부가 개발됐다. 독일 라이프니츠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이다.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 수준의 작은 두께로 제작한 전자피부를 손바닥에 부착, 손을 흔들거나 피부를 가볍게 두드려서 가상의 다이얼 및 키보드를 제어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스포츠·게임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부피가 큰 가상현실(VR) 기기를 대체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연구진은 “개발한 전자피부를 구동하려면 영구 자석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자석 없이 지구 자기장으로 작동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연구팀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듀오스킨'이란 기술을 내놨다. 그래픽 소프트웨어(SW)로 전기회로를 그린 뒤 금박을 입혀서 이를 스티커처럼 피부에 붙이는 기술이다. 예쁜 금박 문신처럼 보이기 때문에 거부감도 적다.

온도에 반응하는 소재를 이용하면 체온에 따라 색이 변하고, 특정 정보를 담은 무선통신 태그를 입힌 뒤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자피부 연구 수준이 상용화 문턱에 들어섰다”면서 “앞으로 2~3년 안에 사람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간단한 형태의 전자피부가 시중에 판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전자피부 활용 예>

1. 외부 습도, 온도, 압력 측정

2. 인체 체온, 땀 분비량, 맥박, 산소 포화도 등 측정

3. 긁힌 상처 치료

4. 마우스, 키보드, 리모컨, 디스플레이 등 입력 장치

5. 통화, 미용 효과

6. 뇌신경 자극

7. 휴머노이드 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