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AI' 너의 능력을 보여줘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IBM 왓슨 포 온콜로지를 이용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IBM 왓슨 포 온콜로지를 이용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공상과학영화를 보면 기다란 원통 속에 사람이 누우면 기계가 아픈 부위를 찾아내 자동으로 치료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병을 탐색(스캐닝)하고 진단하는데 적용된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영화에서만 보던 의료 AI 기술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합니다. 의사가 발견하기 어려운 미세한 아픈 부위를 알려주는가 하면, 어떤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예측까지 해줘요. 머지않아 '닥터 AI' 이름만 부르면 자동으로 건강 상담을 하는 로봇도 나오지 않을까요.

모든 AI 핵심은 '정보'에 있어요. 빅데이터라고 불리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기계가 학습해 우리가 원하는 답을 도출합니다. AI 의료기기도 우리가 병원에 가면 의사가 기록하는 키, 몸무게, 나이 등 신체정보부터 아픈 부위, 증상, 과거 경험 등 다양한 의료정보를 학습하게 돼요. 이 정보를 학습한 AI는 질병 진단을 돕거나 예측하는 결과 값을 내놓게 됩니다.

AI를 활용한 의료 서비스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병원에서 작성한 진료정보, 유전체 정보 등을 분석하는 서비스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영상정보를 판독하는 서비스 △환자 질병 정보를 꾸준히 모니터링해 질병을 예측하는 서비스입니다. 모두 방대한 의료 정보를 학습해 의사를 돕는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김현준 뷰노 이사는 “AI 의료기기란 의사가 쓰는 청진기처럼 진료나 수술에 쓰는 도구인데,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어 의사에게 다양한 조언을 해주는 시스템”이라면서 “단순 영상판독이나 세포 분석 등 의사가 하기 귀찮은 일을 AI가 도움을 준다”고 말합니다.

현재 '닥터 AI'는 어느 수준까지 왔을까요.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선택하는데 '참고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입니다. 가천대 길병원은 2016년 국내 최초로 IBM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해 암 환자 치료에 활용 중입니다. 이 시스템은 300권이 넘는 의학잡지, 200권 이상 의학 교과서, 1500만 페이지 전문서적을 학습했습니다. 암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가장 효과가 높은 순서대로 치료방법을 제시합니다.

뷰노 메드 본에이지 솔루션
뷰노 메드 본에이지 솔루션

다양한 의료영상 정보를 분석해 진단을 돕는 의료기기도 상용화를 앞뒀습니다. 뷰노는 엑스레이 정보로 뼈 나이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 정보로 나의 뼈 건강 상태는 물론 성장기 남녀에게는 키가 더 클 수 있을지도 알려줘요. 의료기기 2등급 심사 중인데, 내달 허가가 유력합니다.

루닛은 흉부 엑스레이로 폐결절 진단을 돕는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폐암, 기흉, 결핵 등 주요 폐질환까지 알 수 있어요. 제이엑케이인스펙션이 개발한 'JBS-01K'는 뇌 영상정보를 분석해 뇌경색 원인을 분류하게 돕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에서도 AI를 활용한 전국민 건강관리 서비스를 개발 중입니다. 과기정통부는 3년 내 건강 상담을 하는 챗봇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카카오톡처럼 내가 아픈 곳을 텍스트나 사진으로 채팅창에 올리면 AI가 상담을 해줍니다. 건보공단은 우리가 매년 받는 건강검진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예측해 주는 AI 시스템을 이르면 올 연말까지 개발합니다.

이언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장은 “AI는 병원, 지역 간 의료 서비스 수준 격차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정교한 AI 기술과 의사 교감 능력이 결합해 질병을 예측, 예방하고 개인 맞춤형 치료법 제시가 구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