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29>미국을 지키는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빅데이터 분야 대표 유니콘 기업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이다. 팔란티어는 '반지의 제왕'에서 마법사 사루만이 세상 구석구석을 볼 수 있는 마법 구술이다. 세상 사람의 모든 것을 보고 있는지도 모를 비밀에 싸인 빅데이터 회사가 바로 팔란티어다. 이 회사는 현재 200억달러로 유니콘 기업 공동 6위에 올라 있다.

이 회사는 크게 2개 제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팔란티어 고담, 팔란티어 메트로폴리스이다. 영화와 미국의 코믹북에 익숙한 독자들은 금방 미소를 지을 것이다. 고담은 베트맨의 고향, 메트로폴리스는 슈퍼맨의 도시이다.

팔란티어 고담은 주로 미국 정부 정보기관들이 사이버테러와 스파이 활동을 잡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이 제품의 성공은 캐나다의 인터넷 자유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 '정보전쟁 모니터 (IWM)'가 중국 정부가 운영한 비밀 스파이망을 찾아내면서 이름을 알렸다. '유령망(GhostNet)'이라 불리는 중국 스파이의 활동은 무려 103개국에서 이뤄졌다. 이어 인도 및 티베트의 망명 지도자 달라이 라마 사무실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그림자망(ShadowNet)'을 찾아냈다.

이 서비스는 미국 정부에서 인터넷의 사이버 정보전과 대량 살상용 폭발물의 위치 감지 활용은 물론 질병관리본부 등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팔란티어 제품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활동 감시에도 사용되고 있다. 아마도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합의에 의해 진행되면 이 시스템이 북한의 준수 여부를 감시할 공산이 크다.

팔란티어 메트로폴리스는 '팔란티어 금융'으로 불리던 것으로, 주로 금융 회사의 위험 관리와 부정 방지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제품은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 위기 해결책이던 대규모 SOC사업 투자를 관리하는 국가회복투자 기금 관리 부처에서 부정행위 감지에 효과를 발휘했다.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JP 모건은 이 시스템으로 내부 거래나 부정 또는 정보의 위험한 유출 등을 하는 행위에 대해 이메일은 물론 사이버 활동, 퇴근 후 이동 경로 등의 정보를 갖고 위험 탐지에 사용했다.

이처럼 광범위한 곳으로부터 다양한 정형과 비정형 데이터를 수집해 국가와 사회, 기업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하는 사람들의 이상 행동을 예측해 왔다. 이로 인해 이 회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선두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고객 데이터의 예민성으로 인해 이 회사는 비상장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기 회사 설립은 순조롭지 않았다. 2004년에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유명한 벤처투자자인 피터 실이 설립했다. 하지만 초기 자본은 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벤처캐피털 외의 회사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들이 사업 계획을 설명할 때 유명 벤처캐피털 대표들이 이 회사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득하려고 애를 썼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놀랍게도 이 회사의 탄생이 가능하게 된 것은 CIA가 갖고 있는 벤처캐피털 회사 인큐텔(In-Q-Tel)의 투자 덕분이다. 인큐텔의 투자 이후 이 회사는 매년 막대한 후속 투자를 받아 이제는 빅데이터 분야에서 가장 가치 있는 유니콘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조지 오웰의 '빅브라더'를 연상시키는 팔란티어는 법에 의한 개인 정보 보호 의무를 정확하게 지키는 회사임을 강조하고 있다. 인큐텔의 자금뿐만 아니라 정보 부처의 지식이 집대성돼 이 회사가 탄생했다. 우주 개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민간 부문에 많은 혁신을 가져온 것과 같이 민간에서 수요가 성숙되기 전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고유한 실험에 자금과 창업가 정신이 결합돼 새로운 혁신이 만들어지는 전형을 보여 준다. 정부가 민간이 할 영역에 참견하고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부 과잉과 달리 진정한 의미의 민·관 협력 혁신 사례가 팔란티어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29>미국을 지키는 빅데이터 기업 '팔란티어'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