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국내 1호 컴퓨터박물관을 운영하며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 관장

2013년 제주도는 올해만큼이나 무더운 한 해로 기억한다. 개관을 보름 앞두고 박물관은 하루하루가 전쟁터였다.

개관 당일 박물관 입구에서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던 제주도민 몇 명의 모습에 울컥해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 흘렀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국내 1호 컴퓨터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을 어깨에 올리고 2013년 7월 27일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부담스러웠지만 처음이어서 뿌듯했다.

국내 게임 산업은 컴퓨터를 매개체로 하여 시작할 수 있었다. 컴퓨터는 인류 역사에서 우리 삶을 가장 크게 변혁시킨 혁신 도구다.

박물관은 컴퓨터 기술 변화와 그것이 파생시키는 사회·문화 맥락을 공유하기 위해 개관했다. 2018년 7월 기준 약 73만명이 다녀갔다.

박물관은 오픈소스 개념을 도입해 가능한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다양한 기관과 교류, 변화하는 공공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어떤 소장품보다 일반인 참여로 소장하게 된 기증품과 기탁품 2987점에 큰 의미를 둔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박물관은 그야말로 살아 움직였다. 외부 전시로 다섯 번 팝업뮤지엄을 진행했다. 교육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주요 소장품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고, 책 4권을 발간했다.

'대한민국 컴퓨터 개발 역사워크숍' 첫걸음을 주관했다. '바람의나라 1996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로 온라인게임 복원에 성공했다.

박물관을 준비할 때와 비교해 보면 5년 사이 컴퓨터와 게임에 대한 사회 인식이 많이 변했다.

코딩은 소수 개발자 영역으로만 여겨지고 각 대학에서는 컴퓨터교육과가 사라지고 있던 상황에서 이제는 초·중·고교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됐다. 컴퓨터 관련 학과 지원자가 확연하게 늘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제재 대상으로 보는 '게임'이 해외에서는 예술의 한 분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예술 작품으로 국가 지원을 받는 나라가 늘었다.

교사, 공직자, 기업 방문이 해마다 증가하는 것도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다. 그들은 박물관을 통해 컴퓨터와 게임 역사뿐만 아니라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대한 이해 폭을 넓히고 있다.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첨단 산업 게임·문화로써 게임을 마주하고 있다.

이런 참여와 관심이 학교 현장을 변화시키고 정보기술(IT) 산업 내실 성장은 물론 게임에 대한 사회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찾는 어린이·청소년 관람객의 비율은 5대 5 정도다. 성인 역시 대부분이 온라인게임 태동과 성장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박물관은 내가 사용하던 컴퓨터가 전시돼 있는 사적 기록 공간이자 내가 즐기던 게임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유 장이다. 동시에 이곳 소장품은 인류사 의미를 담은 유물이면서 개인 경험이 담긴 추억의 일부가 된다.

'나의 청춘과 추억이 담긴 곳'에서 관람객은 스스로 문화 소비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관람 후기에 '박물관 유리창 하나는 내가 끼웠다' '박물관에 벽돌 한 장은 내가 올렸다'는 글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4차 산업혁명을 마주한 지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시선이 많다. 그만큼 우리를 둘러싼 주변이 급변하는 불확실성 시기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컴퓨터를 하나의 도구나 결과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과정과 그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에 비중을 많이 둔다. 단순한 매체를 넘어 우리 삶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로 컴퓨터를 박물관에 담았다.

얼마 전 열린 5주년 생일 파티에서 '던전앤박물관 시즌5'를 함께한 학부모와 학생 이야기가 귓가에 맴돈다. “넥슨학교는 언제 만드나요?”

게임에 대한 우려도, 넥슨이라는 기업에 대한 선입견도, 컴퓨터라는 매개체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느낄 수 없던 그 말이 앞으로 박물관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한국 게임 산업이 그래픽을 입힌 화려한 색상의 온라인 세상을 꿈꿔 온 것처럼 박물관도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고 준비할 수 있는 '창'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최윤아 넥슨 컴퓨터박물관 관장 ncm@nexoncomputermuse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