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개 유니콘 기업 가운데 13위로 115억달러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 리프트(Lyft)가 있다. 가치 평가액이 720억달러인 유니콘 1위 기업 우버와 경쟁하고 있다. 이들은 '운송네트워크기업'으로 분류된다.
리프트 전신인 '짐라이드'는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캠퍼스 학생 로건 그린이 창업했다. 그린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자랐고, 늘 교통 체증에 시달리며 살았다. 샌타바버라 캠퍼스에서 LA에 있는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갈 때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종종 시간 제약이 많아 지역 광고지 크레이그 리스트 합승 광고를 보고 카풀을 이용했다.
그러나 처음 만나는 사람의 차를 타고 가는 일은 마음 편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아프리카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짐바브웨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차량 공유 커뮤니티를 관찰하게 된다. 때마침 페이스북이 개발자에게 플랫폼을 개방하는 오픈API 정책이 발표됐다. 그린은 합승할 사람을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 소개하는 도시 간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 짐라이드를 창업한다.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지인 간 차를 공유하는 아이디어를 준 짐바브웨를 오마주해서 짐라이드라고 이름 지었다.
그린은 페이스북을 통해 코넬대에서 비슷한 필요성을 절감한 공동 창업자 존 지머를 만난다. 코넬대가 자리하고 있는 이서카는 대학이 전부랄 수 있는 작은 도시고, 뉴욕주의 외진 북부에 자리하고 있다. 학생이 뉴욕을 가거나 방학 때 가족에게 갈 때는 먼 길을 홀로 운전하거나 카풀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때문에 차량 공유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다. 그들은 코넬대에서 게릴라 마케팅으로 초기 사용자를 모았다. 그 결과 6개월 만에 전교생 가운데 20%가 회원으로 가입하는 성과를 거둔다.
대학 중심으로 장거리 도시 간 합승을 알선하는 서비스 짐라이드는 2012년 렌터카 회사에 매각하고, 우버처럼 도시 내 단거리 공유 서비스 리프트로 서비스 이름과 사업 모델을 전환했다. 우버와 유사하지만 리프트는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하고 있다. 우선은 차량을 공유하는 사람이 페이스북이나 리프트 애플리케이션(앱)의 사용자 프로파일에 고향, 좋아하는 음악의 종류 등 정보를 공유하게 해서 친구 차를 탑승하는 것 같은 커뮤니티 가치를 강조한다. 이 때문에 리프트 서비스 운전자와 사용자가 만나면 친한 친구가 하듯 서로의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한다. 차 뒷자리가 아니라 가능한 한 운전자 옆자리에 탑승하고, 담소를 나누며 가도록 권장한다. 우버와 달리 예약도 할 수 있다. 리프트 차는 우스꽝스러운 핑크빛 대형 콧수염을 달고 다니며,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우버와 마찬가지로 택시 등 기존 산업의 반발에 직면했다. 그때마다 우버와 달리 리프트는 지방자치 정부와 타협 및 협력을 통해 서비스를 안착시켰다. 미국의 많은 도시는 새로운 서비스가 출연했을 때 그 영향이 평가되고, 법안이 만들어지기 전에 임시 합의에 의해 서비스를 허용한다. 소비자 반응을 감안해서 2~3년 후 항구적인 인가를 허락하는 유연한 조치다. 대통령이 나서도 안 되는 우리나라의 획일화된 포지티브 규제와 대비된다.
리프트는 우버와 경쟁해 2017년 미국과 캐나다 토론토 시민의 95%가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을 넓혀 왔다. 그러나 매출 1조원에 약 2000억원을 손실하고 있다. 우버가 리프트 같은 경쟁자를 고사시키기 위해 요금을 인하하고 기사에게 보조금을 지불하는 식의 가격 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수한 벤처캐피털 회사가 리프트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현재의 차별화된 커뮤니티 중심 서비스는 물론 리프트의 미래 비전 때문이다. 리프트는 미래를 자율주행차량이 움직이는 차량 네트워크 회사로 보고 있다. 즉 지금의 통신사처럼 데이터 대신 차량을 움직이는 네트워크 회사가 교통을 지배할 것이라는 비전 아래 포드, GM 등 자동차 회사와 함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도 진력하고 있다. 차량 공유업체를 택시의 경쟁쯤으로 여겨서 불허하고 있는 한국의 미래가 불안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