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7>디자인 마이 라이프

[김태형의 디자인 싱킹]<7>디자인 마이 라이프

지난해부터 필자는 '작은 아이디어를 통해 나의 업(業)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우리의 경험을 내재화해서 세상을 바꿔 나가는데 기여하는 방법을 함께 배워 나가자'는 취지로 '디자인 마이 라이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과 함께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여야 하는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몇 년 또는 몇 십여 년을 서로 다른 환경과 일상에서 살아온 사람이 만나고, 공감하며, 새로운 팀원이 되고, 무언가를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그리고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말이다.

'디자인 마이 라이프' 방법 가운데 하나로 필자는 디자인 싱킹의 5단계(공감→재정의→상상→실체화→실험)를 적극 활용한다. 4번째 단계인 '실체화', 즉 프로토타이핑은 대체로 디자인 싱킹의 첫 단계인 '공감'과 함께 가장 중요한 단계로 손꼽힌다. 프로토타이핑은 무엇이고, 디자인 싱킹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첫째 프로토타입은 '원초 형태'라는 뜻으로, 어원으로는 '최초' '인상·느낌'이라는 단어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서 프로토타이핑은 사용자에게 어떻게 최초로 인식되는지, 초기에 어떠한 느낌을 주는 것인지를 발견하기 위한 것으로서 사용자 중심의 개발 접근법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는 결과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다음 사용자에게 직접 시험하고 요구 사항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프로토타입 수정과 보완 과정을 통해 사용자 요구에 최대한 부합하는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한다.

둘째 프로토타입은 완벽한 결과가 아닌 '초기 원형'이다. 불확실하지만 잠재돼 있고 흥미로운 미래를 위한 새로운 버전을 미리 테스트해 볼 수 있다. 의미 있는 경험을 설계하는 과정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프로토타이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의 반복 속에서 핵심이 되는 통찰을 얻어 사용자 요구를 극대화하는 것, 즉 사용자를 통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가장 세련된 선택을 해내도록 하는 것'이다.

디자인 싱킹은 '사용자의 요구, 기술의 가능성,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요구 사항을 통합하는 인간 중심의 접근 방식'이다. 이에 따라서 디자인 싱킹 속 프로토타이핑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용자 주변의 사물과 상황, 관계, 기술을 매핑한다. 기존에 있던 또 다른 경험과 연계해 그 속에서 영향력을 꾸준히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사용자 요구를 재시도한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은 특정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사소하지만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결국 프로토타이핑은 실패의 과정도, 기존과 전혀 다른 의외의 결과도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디자인 싱킹의 사고방식이라 데 의미가 있다.

수많은 경계가 무너지고 기술 혁신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모두가 달려가는 지금 과연 디자인 싱킹은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혁신은 새로운 기술을 통해 우리에게 선보여지지만 결국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수많은 기술 역시 우리 요구를 혁신이라는 단어로 만들어 줄 여러 도구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변화의 본질은 바로 '우리의, 우리에 의한, 우리를 위하는 것', 결국 '사람'이다. 그동안 혁신을 좆아 기술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디자인 마이 라이프, 나(사람)에게 집중하고 함께 도전하고 싶은 너(사람)와 우리(사람)를 찾고 실패와 새로운 기회를 함께 즐겨보면 어떨까.

물론 어렵고 힘들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나은 나와 너 및 우리를 만들어 가고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기여하는 법을 함께 배우는 것, 이것이 바로 디자인 싱킹의 본질이 아닐까.

작지만 사소한 발견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으로, 열정 넘치는 실행의 과정을 우리의 경험으로 필자는 오늘도 디자인 싱킹을 한다. 디자인 싱킹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려는 태도이자 더욱 나은 삶을 디자인하기 위한 방법이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