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암호화폐거래 주소제 추진…세계 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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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블록체인협회·거래소에 '주소 조회시스템' 개발 주문

검찰총장 명의로 발송된 가상화폐주소 조회시스템 개발 협조 요청 공문.
<검찰총장 명의로 발송된 가상화폐주소 조회시스템 개발 협조 요청 공문.>

정부가 테러자금 조달, 사기, 유사수신 등 암호화폐 범죄 척결을 위해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시중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모든 암호화폐에 주소를 부여하고 이를 조회해서 거래소를 식별하는 '암호화폐주소 조회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은행에서 거래되는 돈처럼 모든 암호화폐에 지갑주소를 부여하고, 의심가는 거래 등을 검찰이 즉시 파악할 수 있는 세계 첫 암호화폐 주소 조회시스템이다.

28일 대검찰청은 한국블록체인협회와 거래소에 '가상화폐(암호화폐) 주소 조회시스템 개발 협조' 공문을 발송하고 시스템 개발을 주문했다.

검찰총장 명의로 발송된 공문에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 사기 등 범죄 수사를 위해 협회와 거래소가 통합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검찰 등이 수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게 골자다.

암호화폐 관련 사이버 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해킹 등 사고 관련 자금 추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필요할 때 검찰이 거래소에 특정 계좌 등 정보를 요청해야 해당 계좌나 자금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음지화된 각종 자금세탁, 사기, 해킹 사고 등 조사에 긴 시간이 필요했다.

암호화폐주소 조회 시스템이 개발되면 암호화폐 관련 다양한 범죄 행위나 계좌 추적 등이 가능해지고, 불법 행위에 대해 보다 조속히 대응할 수 있다.

수많은 금융실명제처럼 이력을 붙이고, 이를 검찰이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암호화폐 주소 이력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거래소가 특정 암호화폐 계좌 정보를 찾아 주는 행위가 생략되고 언제든 검찰 등이 범죄 수사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시스템 개발 및 향후 운영은 거래소와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가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지난해 암호화폐거래소 보안 사고로 인해 발생된 손실액만 8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지금까지 해당 자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들어 갔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한국블록체인협회도 정부 가상화폐주소 조회시스템 개발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 등 상충되는 법이 있기 때문에 특례 등 다양한 부분의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협회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률 검토가 필요해 논의에 착수했다”면서 “이 조회시스템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국내 거래소 전체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어서 법적 검토를 마친 후 검찰 등과 세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협의 초기 단계인 만큼 시스템이 언제 상용화될지는 특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형 거래소도 검찰의 조회시스템 주문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이버 범죄에 악용되는 거래소 이미지를 탈피하고 강력한 자금세탁방지 솔루션을 이번 기회에 정부와 함께 구축하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한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암호화폐 전자지갑 주소가 개인정보에 해당되는지 법률적으로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라면서 “정부의 고객 자산 보호와 투명한 암호화폐 거래 질서 확립 취지에 100% 공감하고, 이 사업에 적극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개인정보보호법 등 해결 과제가 남아 있어 법률 검토가 끝나는 대로 시스템 상용화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휴대폰 번호만으로 KT인지, SKT인지 식별이 안되는 것처럼 현재 암호화폐 전자지갑도 마찬가지”라며 “범죄에 연루된 전자지갑이 있으면 거래소 개별이 아닌 통합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공동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법률 검토나 초기 단계 협의이기 때문에 의견 조율 단계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