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공지능연구원 수난시대, 이제 끝내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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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있은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국은 국내에 충격을 줬다. 정부와 기업 모두 AI 기술 개발과 투자가 시급하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이때 야심만만하게 출범한 조직이 인공지능연구원(옛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이다.

인공지능연구원은 정부 산하 기관이 아닌 민간 연구소로 설립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7개 대기업이 30억원씩 출자했다. 알파고 충격 다섯달 만에 자본금 210억원을 보유한 연구소 출범은 이례적이었다. 그만큼 당시 AI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했고, 업계도 공감했다. 정부는 인공지능연구원이 국내를 대표하는 AI 연구소로 성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3년이 지난 지금 결과부터 얘기하면 인공지능연구원은 세계적 AI 연구소로 거듭나지 못했다. 연구원 본연의 업무인 AI 연구에 매진할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 지원도 당초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전 정권에서 탄생한 조직인 만큼 정권 교체 시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설립 취지부터 대기업 출자 과정 등 본연의 역할인 AI 기술 개발과 무관한 질타를 계속 받았다. 3년 동안 AI 연구에만 매진해도 글로벌 경쟁에 따라가기 벅찬 환경에서 끊임없이 수난에 시달렸다.

최근 인공지능연구원은 김진형 초대 원장이 퇴임하고 김영환 전 KT네트웍스 대표가 2대 원장으로 취임한다고 밝혔다. 초대 원장 때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인재가 모였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3년 전 기대에 비해 큰 조직으로 성장하진 못했지만 기틀은 충분하게 다졌다. 스타트업으로 치면 초기 투자를 완료하고 인재와 네트워크를 형성한 단계다. 이제 후임 원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동안의 수난 시대를 끝내고 연구원 설립 본연의 역할과 책임에 매진할 때다. 연구원이 지난 3년 동안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정부 정책이나 지원에 의지해서는 발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체 생존력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전문 경영인이 합류했다. 연구 조직이 독자 생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 경험과 교훈을 되살려 AI 영역뿐만 아니라 국내 민간 연구소의 가장 성공한 롤 모델이 되길 바란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