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수도인 베른(Bern) 인근 쾨니츠(K〃niz)에 위치한 한 버스 종착역. 베른과 쾨니츠를 오가는 전기버스 '17번'의 회차지다. 정류장에는 'ㄱ'자 모양 흰색 전기버스 급속 충전기 '오프차지(OppCharge)'가 설치돼 있다. 17번 버스가 승객들을 내려주기 위해 정차하는 동안 급속 충전이 진행됐다. 버스 지붕에 달린 충전구가 열리고 '로봇팔'처럼 생긴 급속충전기가 도킹됐다. 버스는 다음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는 약 4분 동안 충전을 마치고 다시 베른 방향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21일(현지시간) 세계 최고 수준 전기버스 급속 충전 시설을 보기 위해 찾은 스위스 쾨니츠 버스 회차 정류장은 이와 같은 미래 대중교통 한 장면을 보여줬다. 전기버스가 디젤·액화석유가스(LPG) 버스 대신 달리고 있었고 로봇이 사람 대신 배터리를 충전했다. 버스와 급속충전기는 통신망으로 연결돼 버스 기사가 차량 안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누르면 자동으로 충전됐다.
'스위스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ABB, 베른시 공기업인 '베른모빌(Bernmobil)', 스위스 전기버스 제조사 '헤스(HESS)' 3사는 2016년부터 4년째 전기버스와 오프차지를 운영하고 있다. 헤스는 전기버스를 제공하고 ABB는 충전소와 주행기술을 제공했다. 베른모빌은 사업 운영을 맡았다. 스위스는 2025년부터 전체 버스를 전기버스로 교체한다.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이산화탄소 순배출이 없는) 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ABB 오프차지는 쾨니츠 종착역과 5개의 버스 정류장에 설치됐다. 오프차지는 버스 상단 배터리에 자동으로 연결돼 450㎾h 출력으로 배터리 잔량에 따라 3~6분 만에 충전시킨다. 헤스 전기버스는 150㎾h 용량 배터리를 장착, 3분 충전만으로 40㎞ 이상을 주행한다. 17번 버스 운행 구간은 9㎞가량 되기 때문에 한 번 충전하면 3~4회 운행할 수 있다. 야간에는 차고지에서 50㎾h 출력으로 충전해 다음 날 운행을 대비한다.
마커스 안데레그(Markus Anderegg) 베른모빌 전기버스 책임자는 “ABB 오프차지는 버스와 급속 충전기가 무선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날씨에 상관없이 충전에 어려움이 없고 충전 속도가 빨라서 배차간격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면서 “해당 전기버스와 충전기술 도입으로 연간 500톤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ABB 오프차지 기술은 차량 상단에 연결된 자동 충전을 통해 고전력의 충전을 제공한다. 주요 특징으로는 △3~6분 내 급속 충전 △충전기 한 개로 다양한 차종 및 브랜드 충전 지원 △완전한 자동화된 충전으로 안전성 및 신뢰성 확보 △국제 표준 IEC 61851-23(직류 충전시스템) 채택 △원격 모니터링, 진단 및 관리가 가능한 ABB Ability™ 커넥티드 서비스 제공 등이다.
사람이 직접 전기 플러그를 차량에 꽂는 기존 방식과 달리 자동화된 충전연결 기술로 전기를 충전해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ABB 측은 오프차지 기술을 한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 전기버스는 서울, 제주 등 다수 지역에서 이미 상용화를 시작했다. 다만 주행거리, 충전시간 등 제약으로 시내 노선버스에만 한정돼 운영 중이다. ABB 측은 오프차지를 차고지, 회차지 등에 설치해 5분 내외의 빠른 시간으로 완전 충전이 가능하기에 운행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높은 설치비용과 충전 비용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스위스 베른의 경우 설치 비용이 100만 스위스 프랑(약 11억8000만원)이고 전기버스 충전 비용이 1㎾h 당 0.15스위스프랑(약 177.6원)이다. 방전 상태에서 150㎾h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기 위해서는 22.5스위스프랑(약 2만6637원)이 필요하다. 이는 디젤이나 LPG 보다 몇 배나 비싸다.
ABB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전기버스 충전 솔루션 및 오프차지 기술 도입을 협의·검토하고 있다”면서 “운행 구간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비용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고 밝혔다.
베른(스위스)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