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핫전자'를 활용한 고효율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기존 태양전지 효율 한계를 극복하는 소자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은 박정영·이효철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팀과 공동연구로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이용해 효율을 높인 핫전자 태양전지 개발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핫전자는 빛 에너지를 흡수했을 때 표면에 생성되는 고에너지 전자를 뜻한다. 태양광 손실을 최소화 해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매개체다.
문제는 핫전자가 수 피코초만에 소멸한다는 점이다. 1피코초는 1조분의 1초다. 확산거리도 수십 나노미터(㎚)에 불과해 포집이 어렵다.
연구팀은 빛을 잘 흡수하는 성질을 지닌 페로브스카이트 소재에 주목했다. 핫전자가 페로브스카이트 구조 물질에서 발생하면 훨씬 긴 수명과 확산거리를 갖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TiO₂) 박막 위에 금 나노구조체를 놓은 '나노 다이오드'를 제작하고, 이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쌓아 올린 태양전지를 만들었다.
이 태양전지는 핫전자 흐름(광전류)이 기존 핫전자 태양전지보다 5배나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환 효율 역시 5배 높아짐을 뜻한다.
핫전자 수명이 대폭 늘어난 결과다. 이 태양전지를 활용한 핫전자 수명은 62.38피코초로, 페로브스카이트 없이 금 나노구조체만 쓴 경우(2.87피코초)보다 22배 수명이 길다. 이밖에 태양전지 나노구조체가 빛을 흡수할 때 전자가 강하게 진동하는 '국소 표면 플라즈몬 공명 현상'도 성능 향상에 영향을 끼쳤다.
박정영 부연구단장은 “향후 핫전자 소명과 포집 시간을 조절해 초고효율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핫전자 태양전지를 개발할 것”이라며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