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생산성 하락·꽉 막힌 판호 허가...韓, 中과 게임이 안 된다

김택진 대표가 국감 현장 시찰에서 국내 게임 생산성 저하를 우려 목소리를 전달했다. 국내 게임사가 신작을 내지 못하는 동안 중국게임은 무섭게 한국 시장으로 진출했다
김택진 대표가 국감 현장 시찰에서 국내 게임 생산성 저하를 우려 목소리를 전달했다. 국내 게임사가 신작을 내지 못하는 동안 중국게임은 무섭게 한국 시장으로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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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이 중국산 게임들로 뒤덮였다. 중견기업 빈자리를 메꾸며 허리를 차지했던 것에서 나아가 주요 기업 신작 출시가 뜸해진 틈을 타 최상위 매출권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적한 국내 게임사 생산성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김 대표는 “중국은 6개월에 새로운 프로덕트들(게임)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연내 게임을 생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산성이 뒤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작 공백을 중국산 게임이 노리고 있는데도 한국은 중국 시장 진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2017년부터 한국게임에 대한 '판호'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판호는 중국 내 게임 서비스를 위한 일종의 허가권이다. 판호가 없으면 중국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최초 한한령 이후 시간이 지나며 국내 콘텐츠 전반에 적용되던 중국의 수입 금지는 차츰 하나둘 풀리기 시작했지만 유독 게임만은 그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부관광부 장관이 “중국이 보호정책을 포기하지 않아 문제를 겪고 있다”며 “머지않아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낙관론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징후는 없다.

꽉 막힌 중국은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이다. 시장조사 업체 뉴주는 올해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6.7% 증가한 685억달러(약 82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중 중국 시장 규모는 216억달러(약 25조8500억원)다. 시장규모 2위인 미국(121억달러)을 압도한다.

내수시장이 작은 국내 게임사가 2000년대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던 것도 중국 시장을 활용해 성장했기 때문이다. '미르의전설2'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는 기업을 대표하는 게임이 됐다. 현재까지도 기업을 먹여살리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그러는 사이 중국 기업은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게임을 출시했다. 국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명백한 불공정 무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파는 매출 차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게임 앱 분석 사이트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3대 앱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 매출 지표를 종합한 결과 1위부터 10위까지 외산 게임은 5개다. 그 중 4개가 중국산이고 1개는 중국 회사 자회사 게임이다. 매출 순위 범위를 50위까지 넓히면 20개 게임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게임이다. 국내 게임사가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개발 생산성이 떨어져 경쟁할 만한 게임이 없어진 여파다.

가장 매출 규모가 큰 구글플레이에서 신작 성공 여부는 극명하게 나타난다. 매출 톱10 중국산 게임은 '라이즈 오브 킹덤즈' '랑그릿사' '기적의 검' 이다. 출시한 지 6개월이 넘지 않은 게임이다. 국내 게임 신작 중 톱10을 경험한 게임은 블루포션게임즈 '에오스 레드', 플레이위드 '로한M'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게임사 신작 출시 기간이 길어지고 있고 그 수도 줄어들고 있다. 반면 중국 게임사는 중국 이용자와 성향이 비슷한 한국 이용자를 공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중국 내 게임 규제를 피할 수 있고 유의미한 매출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중국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퍼블리셔와 개발사 수익 배분율이 8대2에서 9대1 수준이다. 국내는 구글플레이 및 애플 앱스토어에 30% 수수료, 카카오톡 플랫폼을 추가로 사용할 때는 최대 21%까지 더 내는 구조다.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중국 게임은 현지보다 더욱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오픈마켓으로 유통하면서 규제를 무시하고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다. 중국 게임사에게 한국은 꿈의 땅인 셈이다.

최근에는 단순 불공정 경쟁에 그치지 않아 문제는 더 커지고 있다. 중국게임사가 지사를 설치하지 않고 오픈마켓을 통해 게임을 출시하며 세금 및 규제 부담 없이 매출을 올린다. 아낀 자금력을 바탕으로 마케팅에 힘을 들여 격차가 벌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생겼다.

국내 중소 게임사는 게임 하나를 완성해 출시하는 것조차 힘겨운 상황이지만 직접 서비스하는 중국 게임사는 아낀 세금과 대륙발 자금으로 한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한다.

대표적인 차이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을 기용하는 광고다. 연예인 광고 파괴력은 위력적이다. 최근 인기배우를 광고 모델로 쓴 릴리스게임즈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일본해' 표라고 표기된 광고를 내보냈음에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 국내 중소 게임사는 저렴하고 효과가 좋은 지하철 광고판 경쟁에서도 밀리며 게임을 알릴 접점을 잃었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세금과 규제 등을 모두 준수하지만 중국 게임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를 지키지 않아 공정경쟁이 불가능하다. 결국 중국 B급 게임을 국내 퍼블리싱하는 수준으로 전락하는 경우까지 나왔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게임은 성공문법이 어느 정도 정립된 게임이기 때문에 초기 유입이 게임 성패에 상당부분 영향을 끼친다. 초기 강력한 마케팅으로 시선을 끌어 이용자 유입을 극대화해 매출을 부흥시키는 전략을 주로 쓴다.

이 과정에서 초기 매출을 '땡기고' 서비스를 종료하는 '먹튀'가 발생한다. 지리, 문화 한계 때문에 부족한 고객 응대도 발생한다.

정치권에서도 주시할 만큼 위험 수위에 올랐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내 지사나 고객센터를 두는 해외 게임사는 드물어 우리나라 이용자가 불편을 겪는 경우가 잦다”며 “정당한 권리 보호를 위해 국회 차원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