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71·끝>이야기를 마무리하며

70여회를 통해 글로벌 유니콘 기업 성공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했다. 유니콘 기업은 투자자들이 미래를 만들어 갈 주역 가능성이 짙다고 인정하는 신생 기업들이다. 놀랍게도 2014년을 전후해 유니콘 기업이 우후죽순 탄생했고, 세계에서 닷컴 시대를 이은 제2의 창업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의 연재를 통해 우리 사회에 강조하고자 한 중요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우선 청년이 글로벌 창업 성공 신화로부터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 많은 유니콘 기업은 20대 또는 10대의 겁 없는 실행에서 탄생하고 있다. 창의성과 도전, 실질 가치를 엮어 내는 청년이 창업으로 시선을 돌아봤으면 한다.

경제는 늘 변화하는 것이지만 디지털 기술로 인해 이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속도로 급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가들은 경제 생태계의 신진대사를 빠르게 하고 있다. 오늘날 유니콘 기업의 기준이 되고 있는 기업 가치 10억달러가 되기까지 할리-데이비슨은 86년, IBM은 46년이 걸렸다. 그러나 구글은 8년, 페이스북은 5년, 핀터레스트와 인스타그램은 2년, 제트닷컴은 4개월 만에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연 빛의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새로운 경제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을까. 최근의 '타다 금지법'이나 30년째 논란만 지속하고 있는 원격진료, 아직도 국회의 담을 넘지 못하고 있는 데이터 관련 3법 등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창업가 및 그들의 정신, 성과에 대한 인식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비판 대상이 되고 있는 재벌들도 사실은 1960년대 경제 개발 기회를 정확하게 포착한 탁월한 창업가들이었다. 제조업 수출 중심의 경제 개발 단계에서는 규모의 경제와 모험자본(벤처캐피털) 부재로 말미암아 새로운 창업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닷컴 열풍은 모험자본 공급과 부동산 또는 설비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를 일궈 나가면서 당시 창업에 뛰어든 청년 창업가들은 상당수가 이제 우리나라 최대 부호에 올라 있다. 포브스가 발표하는 한국의 최대 부호 과반이 이제는 자수성가로 부를 이룬 창업가들이다.

지금 세계는 닷컴 시절에 육박하는 창업 붐 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일에 매각된 배달의민족을 포함해 10개의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킨 나라다. 순위로 세계 5위다. 그만큼 우리나라에는 휴화산의 땅속 마그마처럼 꿈틀대는 창업가 정신이 풍부한 나라다. 기회와 환경이 맞으면 폭발하고, 성공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는 자금 공급 과잉 상태에 있다. 좀비 기업이 달라붙어 연명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벤처 육성책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100조원이 넘는 비전펀드 같은 대형 펀드가 세계에서 될 성 싶은 떡잎을 찾고 있는 시대다. 수많은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가 좋은 아이디어 투자를 하고, 여기에 엔젤투자자와 창업에 먼저 성공한 창업가들이 투자자로 나서는 시대다. 크라우드 펀딩이 창업 아이디어를 지원한다. 자금 부족이 아니라 아이디어 부족이 문제다. 쉬운 돈은 창업가 정신을 타락시킨다. 선거용 포퓰리즘이 창업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되는 일은 우려할 일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기술)가 규제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 경제에 투입되지 못한 채 낭비되고 있다. 사업 아이디어의 생명 주기는 매우 짧다. 우리보다 다른 나라의 청년이 먼저 성공하면 그것으로 더 이상 아이디어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노동인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빨리 줄고 있는 나라다. 10년째 중공업 구조조정으로 신음하고 있다. 창업과 산업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키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 그 기업의 숲에 새로운 나무를 심는 창업가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서 그동안 이 코너를 읽어 준 애독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71·끝>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