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색 페트병 사용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 하위법령이 지난 23일 시행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펌프형 용기와 와인병 기준은 일부 완화됐지만 여전히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를 규제하는 부처 간 기준도 달라 업계의 혼돈이 가중되고 있다.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포장재를 4개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분담금을 차등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의 개정 하위법령이 시행됐다.
개정안은 제품별로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으로 분류한다.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경우 최대 30% 환경부담금을 가산하며 이를 최우수 등급에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환경부담금 추가 징수는 가격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새 제도 시행에 발맞춰 음료와 주류업체는 페트병 색상을 투명으로 교체하고 포장재를 재활용이 쉽도록 바꾸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제주소주 등은 소주 페트병의 색을 투명으로 바꾸고 제품 라벨을 분리가 용이하도록 교체했다.
하지만 수입 주류업체는 난감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유색병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 한국 제도에 맞춘 투명병 제작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와인의 경우 산화와 변질을 막기 위해 직사광선이 투과되지 않도록 짙은 색상병을 사용하고 있어 투명병을 사용할 수 없는 문제점도 있다. 위스키의 경우 위·변조를 막기 위해 전자태그(RFID)와 이중캡, 라벨에 홀로그램 등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 같은 노력이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식약처와 환경부 간 충돌점도 존재한다. 수입 주류의 경우 라벨 접착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을 경우 검사 대상이 되고 불량 처리된다. 때문에 주류 수입 업자들은 제품명은 물론 수입국, 성분, 경고문구 등이 표시된 라벨이 떨어지지 않고 제품에 잘 부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환경부 개정안은 재활용을 위해 접착제를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제거가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 하나의 부처 제도를 성실히 이행할 경우 또 다른 부처의 제도는 어기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업계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획일화된 기준을 모든 제품에 적용하는 정책은 문제가 있다”며 “제품 특성과 시장 상황을 반영한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주병과 맥주병의 경우 업체들이 회수해 재사용하기 때문에 관련 규정과 무관하다. 하지만 페트병의 경우 모두 무색으로 바꿔야 해 맥주 페트병이 문제가 된다. 직사광선 등을 피하기 위해 짙은 갈색이 적용됐지만 이를 투명 페트로 교체할 경우 내용물 변질 등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맥주 업계는 최근 환경부·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과 자발적 협약을 맺고 5년 이내에 맥주 페트병의 재질과 구조를 캔·유리병 등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로 바꾸기로 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