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장·단점을 말해보세요”
취업 후 10여년 만에 다시 면접장에 섰다.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는 면접관 대신 노트북 화면이 면접 시작을 알렸다. 헤드셋으로 들리는 음성 지시에 따라 답변했다.
모니터에 표시된 '60초' 숫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왠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졌다. '제대로 녹음은 되는지' '목소리 톤이 괜찮은지' 여러 생각이 스치는 순간도 잠시. 인공지능(AI) 면접관은 쉬지 않고 질문을 이어갔다.
면접관이 눈앞에 없으니 긴장감이 덜하겠다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긴장감은 더해갔고, 마지막 답변을 끝낸 후 모니터에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전하고 싶을 만큼 AI 면접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23일 성남 판교 마이다스인 본사에서 가상 AI 역량검사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마이다스인이 제공하는 'AI 역량검사'는 한 시간 동안 취업준비생 적성과 성향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 예측하는 프로그램이다.
AI 역량검사는 직군별로 질문과 구성이 다르다. '마케팅·영업 직군'을 선택, 한 시간가량 취업준비생 마음으로 검사에 임했다.
초반 '자기소개' '장·단점' '지원 동기'는 기본 질문이다. 면접자에게도 기본 질문은 사전 공지한다. 다소 편하게 시작할 수 있다. 질문 중간마다 생각할 시간(60초)을 제공, 면접자가 답변을 점검할 시간도 제공한다.
여기까지는 '일반 면접과 차별점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때부터 이미 AI는 분석을 시작했다. 목소리 톤과 표정 이미지 등을 분석해 결과를 저장한다. 면접자 성향 분석 등에 최종 활용한다.
기본 질문 이후 상황 대처 질문부터는 의자를 고쳐 앉아야 했다.
“계약서에 없는 요구 사항을 빈번하게 요청하는 고객이 있다. 한두 번은 친절하게 대응했지만 계속해서 범위에 없는 요구 사항을 요청한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고객과 통화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말해 달라.”
생각 시간이 주어졌지만 제대로 답변하기 쉽지 않다. 뜸을 들이다 답하고 20초 이상 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한다. AI는 이 모든 순간과 음성 변화 등을 놓치지 않고 기록한다.
핵심은 게임 문제다. 도형 위치를 기억해 표시하기, 공 무게 맞추기, 공 탑 쌓기 등 다양한 문제가 출제된다. 문제마다 5분 내외로 시간이 주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 난도는 높아지고, '틀렸다'는 표시가 뜰 때마다 '난 떨어졌구나' 하는 불안감만 커진다. 그러나 이 역시 생각과 다르다. AI는 '틀렸다'고 표시된 순간 그 다음 답안을 어떻게 선택하는지까지 분석한다. 틀린 답을 제출했다고 최종 결과까지 좋지 않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 순간도 AI는 실시간으로 행동 패턴을 분석한다.
마지막 '심층 대화' 질문이 나왔다. “직관적 판단과 이성적 판단 차이점은 무엇인가” “직관적인 판단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질문마다 답변하면 “모든 단계가 끝났다”는 안내문이 나온다. 심층 대화 질문은 한 시간가량 이어진 답변을 AI가 분석해 최종적으로 묻는 질문이다. AI는 답변자 성향을 분석, 답변자에게 추가 질문이 필요한 내용을 골라 묻는다. 때문에 응시자 마다 최종 질문이 다르다.
마이다스인 관계자는 “AI 역량검사는 다른 온라인 적성검사와 달리 답변 내용을 분석해 추가 질의가 필요한 사안을 골라 맞춤형으로 질문을 제기한다”면서 “실제로 AI 역량검사를 체험해 본 취업준비생 대부분이 단답형 질문에 그치는 검사가 아니라 한 시간 동안 온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며 만족감을 보인다”고 말했다.
시험을 치른 다음 날 실제 기업 면접관이 제시한 최종 결과표를 받았다. 결과는 최하 등급 'D'. 이유는 '신뢰 불가'. '긍정응답왜곡'과 '영상분석불가' 이 두 가지가 문제였다. 긍정응답왜곡은 성향체크 시 의도적으로 좋은 쪽으로만 체크한 경우 과도한 긍정 응답으로 AI가 신뢰에 의문을 제기한다. 영상신뢰불가는 취재차 촬영한 화면이 초반 시스템에 입력되면서 한 화면에 사람 얼굴이 두 개 잡히는 것을 AI가 발견한 것이다. 누군가 대리로 중간에 면접 과정에 참석했다고 판단, 신뢰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마이다스인 관계자는 “좋은 방향으로만 답했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직무 적합도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직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솔직하게 답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