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통신3사 간편결제 자동납부 오픈뱅킹사용 금지...일각, 규제완화 역행 조치

금융당국, 통신3사 간편결제 자동납부 오픈뱅킹사용 금지...일각, 규제완화 역행 조치
금융당국, 통신3사 간편결제 자동납부 오픈뱅킹사용 금지...일각, 규제완화 역행 조치

통신요금을 오픈뱅킹 기반 간편결제 방식으로 자동납부하는 이동통신 3사 서비스가 금융 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금융사에 막대한 결제 수수료를 납부하는 폐해를 없애기 위해 만든 오픈뱅킹 서비스가 오히려 이종 사업자를 역차별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대형 간편결제 사업자와 통신 3사는 여전히 막대한 수수료를 내는 펌뱅킹 체계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사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일 정보통신(IT)·금융권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잇달아 대형 간편결제 사업자와 연합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핀테크 기반 서비스 사용자가 늘자 통신사도 이들과 손잡고 자동납부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간편결제를 접목하고 있다.

KT는 카카오페이 머니를 통한 요금 납부 시스템을 도입한 후 지난 16일 간편결제를 자동납부 영역까지 확대했다. 카카오페이 자동납부를 신청하면 다음 달부터 카카오페이 머니로 요금이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SK텔레콤도 최근 SK페이를 통한 간편결제 자동납부 시스템을 시작했다. 상반기 안에 카카오페이, 페이코, 핀크, 네이버페이 등 국내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와의 제휴를 추진한다. LG유플러스 역시 연내 페이코를 비롯한 다양한 간편결제 사업자와 서비스 융합 작업을 할 계획이다.

통신사와 중대형 간편결제 사업자가 자동납부 서비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협력 진영이 구축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이들 서비스에 오픈뱅킹을 접목할 수 없다. 금융 당국이 자동납부 서비스 등에 간편결제 접목 시 오픈뱅킹 이용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 사업자는 건당 200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부과하는 종전 펌뱅킹 수수료 체계를 따를 수밖에 없다. 펌뱅킹 수수료 체계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만든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모순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이는 금융 당국이 통신사 주도 서비스를 오픈뱅킹 제외 서비스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정한 오픈뱅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출금 대행과 납부 서비스는 공개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 이용을 금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오픈뱅킹 사용 제한 내용을 담은 오픈뱅킹 가이드라인. 출금 대행과 납부서비스는 오픈API 연동 추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오픈뱅킹 사용 제한 내용을 담은 오픈뱅킹 가이드라인. 출금 대행과 납부서비스는 오픈API 연동 추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급인의 출금 동의를 수취인을 통해 전달받아 제3자가 출금을 대행하거나 권리를 재판매하는 경우(출금 대행) △수납하려는 주체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재화나 용역이 대가 형태로 일정 금액을 정기적·반복적으로 추심(예약)하는 경우(납부서비스)가 해당된다.

통신사와 제휴한 대형 간편결제 대표는 “은행권이 자동납부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10배 이상의 수수료 체계인 펌뱅킹 체계를 고수하고 있다”면서 “금융 당국이 이 같은 상황을 모르는 건지 지금까지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종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오픈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로 규제 항목을 모두 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도 이 같은 역차별 문제에 대해 공론화를 검토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오픈뱅킹 용처를 제한하는 건 다양한 금융 혁신과 시도를 장려하려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면서 “협회 차원에서 오픈뱅킹 용도 제한과 관련 공론화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융 당국과 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장기로 오픈뱅킹 사용 제한에 대해 업계 의견을 반영, 규제를 풀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혁신금융기획단 관계자는 “오픈뱅킹 도입이 그동안 금융 인프라로 활용되던 펌뱅킹 시스템을 100% 대체하자는 개념이 아닌 데다 정기적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자동납부 영역까지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금융사를 전부 죽이는 형국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픈파이낸스로 확대되는 시점에 맞춰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 요인을 수렴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