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개미가 돌아왔다, 노를 저어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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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주식 투자자가 늘지 않는 고민이 컸는데 아이러니하게 코로나19가 이 문제를 '한 방'에 해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주가가 폭락했지만 증권가 리테일 사업부문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집 대출금에 자금이 묶여 어지간해서 늘지 않던 30~40대까지 주식 시장에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자 '주식을 저렴하게 매수할 기회'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평소 주식을 잘 모르던 주부까지 자녀를 위한 투자 수단으로 적금이 아닌 주식을 눈여겨 보는 분위기다. 반도체, 자동차 등 대표 우량주는 물론 지수를 추종하는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으로 자금이 몰렸다.

[이슈분석] "개미가 돌아왔다, 노를 저어라"

◇초저금리 시대, 주식으로 몰린다

이달 주식 투자자 예탁금은 최대 47조원 규모를 형성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4월 1일 기준 47조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이달 22일 기준 45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평균 주식 투자자 예탁금 규모를 봤을 때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한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 주식 투자자 예탁금이 조금씩 상승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단기간에 예탁금이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7년 주식 투자자 예탁금 최고치는 27조원, 평균은 23조원 규모였다. 2020년 1월 1일부터 4월 22일까지 최고치는 47조원, 평균 34조원으로 급증했다. 2019년 예탁금이 최고 30조원, 평균 25조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처음으로 평균 예탁금이 30조원대를 돌파한 셈이다.

일 주식거래 대금도 폭증했다. 1월 3일 기준 코스닥 5조5401억원에서 4월 23일 기준 10조917억원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일평균 최고 거래대금은 14조8453억원(3월 27일)이었다. 코스피는 1월 3일 5조7637억원에서 4월 23일 9조1243억원으로 역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 최대 거래액은 14조1277억원(4월 17일)이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급증한 이유가 단순히 증시 폭락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자 가뜩이나 저금리였던 시장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 투자금이 주식에 몰렸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 금융투자 관계자는 “역사상 초저금리 시대를 살면서 대규모 원금손실을 일으킨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같은 불완전판매 사태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고 주식에도 자금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더 이상 예·적금이 매력적인 투자상품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현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억제 정책을 펼치면서 갈 곳이 없어진 뭉칫돈이 주식에 몰릴 수밖에 없는 것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개미 투자자, 지수 밑받침+변동성 확대 주도

급증한 개인 투자자는 최근 국내 증시 하락을 방어하는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확대하면서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지만 되레 개인 투자자 자금은 지속 유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종 국내외 경기지표가 발표되면서 코로나19가 실물경기에 미친 악영향이 가시화됐지만 증시는 이렇다 할 하강곡선을 그리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증시가 다시 하락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폭락 수준의 하락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상당 기간 증시가 상승해온 만큼 충분히 조정받을 시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개인 투자자가 비교적 증시 저점에서 매수세에 나선 만큼 차익 실현에 나서면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 차익 실현에 치중하기보다는 중장기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하라고 조언한다.

유익선 한화자산운용 투자전략팀장은 “인버스 ETF, 원유 인버스 등 투기성 종목에도 개인 투자자 자금이 많았지만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우량주 위주로 매수해 긍정적”이라며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했지만 개인 매수세가 국내 증시 안전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 “개인 순매수 지수대는 코스피 2000~2200이 많아 만약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상회하면 개인 투자자 매물이 지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손실을 만회하면 매도하고 싶어하는 손실회피 경향이 있지만 투자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의미있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비대면 투자 세미나' 활황

증권사들은 모처럼 대거 유입된 개인 투자자를 잡는데 적극 나섰다. 처음 접한 증권거래 플랫폼에 익숙해지면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기보다 하나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첫 거래 고객 잡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용한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세미나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현금 캐시백 마케팅을 하는 등 충성도 높은 개인 투자자를 잡는데 사활을 걸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세미나를 개최하기 부담스러워진 상황에서 접근성이 높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세미나로 대체한 것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개인 주식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수료가 0원에 가깝다보니 주식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파생상품으로 저변을 확대할 수 있어 신규 고객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주식 초보자 잡기에 팔을 걷었다. 지난 17일부터 29일까지 주식 투자 교육 세미나를 온라인 시리즈로 개최했다. 애널리스트가 직접 나서 금융 트렌드를 짚어주고 있다. 주식 관련 용어 해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활용법 등 기초 교육 영상까지 제공한다.

키움증권은 중국, 미국 투자 세미나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기존에 유튜브 채널로 시황정보와 투자전략을 제공해왔는데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해외 주식거래 서비스는 국내 주식보다 수수료가 높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도 유튜브를 활용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종목 분석, 해외투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