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피엔스 시대]'뜬구름' 잡는 일기예보 그만…6시간 후 변화 예측 '척척'

슈퍼컴 동원해도 대기물리 방정식 난제
기후 변화까지 겹쳐 변수 예측 어려워
기상청 '알파웨더' 프로젝트 가동
매일 2.2TB씩 증가하는 데이터 통합 분석

[AI 사피엔스 시대]'뜬구름' 잡는 일기예보 그만…6시간 후 변화 예측 '척척'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기상청 '알파웨더' 3단계 개발 과정기상청 '알파웨더' 기상예보 생산 과정

폭우, 폭설, 가뭄, 혹한 등 지구촌 곳곳에서는 날씨로 인해 한해에도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생기고 가뭄으로 동물과 식물이 고통을 겪는 것이 일상으로 이뤄진다. 하늘에서 이뤄지는 대기 작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구약성서의 노아가 홍수에 대비해 방주를 만들었듯 미래에 일어날 대기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면 많은 재난에 인류가 대비할 수 있다. 하루 수십억 개 데이터를 처리하는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보지만 대기물리를 풀어내는 방정식은 수많은 변수로 인해 예측치를 벗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 기후 변화까지 겹쳐 내일은 물론 수시간 앞 날씨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를 타개한 시도가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날씨 예측기술이다.

구글은 2월 초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기반 기상예측 모델 '나우캐스트'를 공개했다. 나우캐스트는 30분 전, 1시간 전 레이더 영상을 기반으로 향후 기상 변화를 예측한다. 기계학습을 기반으로 최대 6시간 후 기상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분석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5분에 불과하다.

기존 기상예측은 지상 관측소에서 측정한 데이터와 기상위성 영상데이터를 통합 분석한다. 문제는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 양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미국 해양대기청이 수집하는 원격 감지데이터 양은 하루에만 100TB에 달한다. 슈퍼컴퓨터를 주로 활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예측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적고 컴퓨터 자원이 부족하면 기상청 예측은 엇나갈 수밖에 없다.

구글은 기존 기상예측에 사용한 물리적 데이터 대신 레이더 영상만을 분석한다. 구글 나우캐스트는 현재부터 30분 전, 60분 전 레이더 영상에 찍힌 각각 구름 양과 지리적 특성 등에서 딥러닝 기술인 컨볼루션 신경망(CNN)을 이용해 의미 있는 변화패턴을 추출한다. 이를 기반으로 이후 대기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AI 사피엔스 시대]'뜬구름' 잡는 일기예보 그만…6시간 후 변화 예측 '척척'

국내에도 이런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돌입한 기상청의 '알파웨더' 프로젝트다. 지난해 7월 벤처형 조직으로 인공지능예보연구팀을 신설해 '알파웨더' 개발에 착수했다. 내년까지 목표인 1단계 알파웨더 개발은 예보관이 객관적 의사결정을 신속하고 정확히 할 수 있도록 매일 2.2TB 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기상데이터를 AI로 통합하고 정밀 분석한다. 2단계는 2024년까지 지역별로 다양하고 특화된 기상 예보가 가능한 '우리 동네 스마트 파트너'를 만들 계획이다. 2027년에는 국민 개개인을 위한 일상생활 패턴에 맞는 기상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나만의 스마트 파트너 알파웨더'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혜숙 국립기상과학원 인공지능예보연구팀장은 “슈퍼컴퓨터와 AI를 활용해 지금까지 6시간 후 눈비가 내릴지 예측하는 기술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기상예보관의 예측을 90%까지 보정해준다. 이 팀장은 기상 예보관이 날씨 예측을 보조하는 수준이지만 이는 독일이나 미국 기상청 수준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AI 사피엔스 시대]'뜬구름' 잡는 일기예보 그만…6시간 후 변화 예측 '척척'

독일 기상대가 앞서 2017년 개발에 착수한 딥레인은 6시간 뒤 강수 확률을 예측하고 미국 해안대기청도 지난해 NOAA AI 전략을 수립했다. 이 팀장은 “슈퍼컴퓨터만을 활용하면 온도, 습도, 바람, 기압 등 대기물리 방정식과 유체방정식으로 구현한 모델로 예측 가능하지만 데이터 범위가 커지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기존 거대 데이터를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모델을 만들어 AI로 빅데이터를 처리해 답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기상청은 지난 3월부터는 KAIST와 합작해 보다 고도화된 기술 개발에 나섰다. 2024년까지 강수 유무 확률을 예보관 대비 9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향후에는 권역별로 학습모델을 만들어 시도별 또는 지역별로 기상을 예측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팀장은 “앞으로 10년치 기상 자료와 한반도의 지역별 고해상도 데이터를 학습하면 권역별 기상예측이 보다 정교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도 AI를 기상예측에 활용하는 방법을 활발히 논의 중이다. 함유근 전남대 해양학과 교수는 AI 딥러닝으로 엘니뇨를 18개월 전에 예측하는 솔루션을 개발해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