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조로 제조혁신'…지자체 재제조산업 육성 속속 가세

부산시, 스마트 수리조선산업 육성에 78억 투입
경북도·경산시, 건설기계부품 재제조 단지 운영
전북도·군산시, 車부품 재제조단지 조성 추진중
전남도, 'EV·ESS 배터리 리사이클링센터' 구축

첨단 장비를 갖춘 해외 재제조 현장.
첨단 장비를 갖춘 해외 재제조 현장.

중고품을 새 제품처럼 '재제조(remanufacturing)'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재제조산업이 지역 전통산업 고도화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과 전북, 전남에 이어 부산까지 수리조선 스마트화를 시작으로 재제조산업 육성에 가세했다.

부산시는 지역 제조혁신 일환으로 수리조선업을 고도화·고부가가치화하는 '스마트 수리조선산업' 육성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지원 '스마트 수리조선산업 지원기반 구축사업'에 선정돼 국비 53억원을 확보했다.

'재제조'는 사용 중이거나 수명이 다된 제품을 분해·세척·검사·보수·조정·재조립 과정을 거쳐 새 제품과 동일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갖춘 상태로 만드는 신제조업이다. 선박을 개조하거나 보수, 정비, 부품 교체 등을 수행하는 수리조선은 대표적 재제조 분야 가운데 하나다.

부산시와 부산테크노파크(원장 최종열)는 내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국비 포함 78억원을 투입해 수리조선 스마트화를 지원하고 고도화·다각화를 유도한다. 선박 수리와 개조 기획 단계에서 설계, 작업, 검사·인증, 마케팅과 운영관리(데이터화)까지 전과정을 지원하고, 타 산업 분야인 해운, 선박관리, 선용품, 조선기자재, 전기·전자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수리조선의 대표 사례. 3D프린팅 기술로 만들어 선급인증을 받은 선박용 프로펠러.
수리조선의 대표 사례. 3D프린팅 기술로 만들어 선급인증을 받은 선박용 프로펠러.

재제조 기술 도입과 산업 육성에서 선두 지자체는 경상북도다.

경상북도와 경산시는 지난 2017년 경산지식산업지구 내 국내 첫 재제조단지 '건설기계부품 재제조 협동화 단지'를 조성했다. 현재 한국건설기계부품재제조협회 본부를 비롯해 20여개 재제조 공장이 가동 중이다.

전라북도와 군산시는 중고 자동차와 특장차, 농기계와 건설기계 중심의 재제조산업 육성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1100억원 규모 예타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군산 수출 복합단지'에 자동차부품 재제조 전문단지를 조성해 재제조품 생산과 전시, 수출을 종합 지원할 계획이다.

전라남도는 지난해 전기자동차(EV)·에너지저장장치(ESS) 사용후 배터리 재제조산업 육성을 시작했다. 나주혁신산업단지에 230억원을 투입해 EV, ESS 배터리 리사이클링 센터를 구축하고 배터리 자원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한다. 나주시 남평농공단지에 건설농기계 재제조전문단지를, 광양시에는 철강, 기계부품, 화학 등 광양만권 핵심산업과 3D프린팅, 나노산업을 연계한 '재제조 융·복합 클러스터'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최종열 부산TP 원장은 “신조시장 침체와 글로벌 해양 환경규제로 수리조선시장 확대 가능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서 “수리조선업 고도화 지원으로 국내 수리조선 인프라의 80%가 집중돼 있는 부산을 세계적인 스마트 수리조선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제조 전문가들은 재제조 유망분야로 수리조선을 비롯해 방산, 정밀소재, 원전해체 등을 꼽는다.

중대형 선박부품 재제조를 포함한 수리조선은 부가가치가 높고 국제 해양환경규제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중국, 인도 등 후발 조선강국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피하고, 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포스트 조선업으로 평가된다. 높은 고용창출 효과와 더불어 해운물류, 선용품 등 조선 후방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어 일본과 싱가포르가 적극 육성하고 있는 재제조 분야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