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30>서비스로 빚는 회반죽

두보의 시 가운데 '촉상'이란 것이 있다. 촉나라 재상의 줄임말이다. 촉상 제갈량을 기린 시다. 시는 '출사미첩신선사(出師未捷身先死) 장사영웅누만금(長使英雄淚滿襟)'으로 맺는다. '대업을 이루지 못하고 절명하니 영웅들이 눈물 흘린다'는 뜻이다.

이런 두보의 평과 달리 어떤 이는 그를 '조씨와 자웅을 겨룰 기개는 찾아볼 수 없어서 형주에 임시방편으로 있다가 촉나라를 속여 빼앗고는 손씨와 거짓 동맹한 후 변두리에서 황제를 칭했다'고 썼다니 결국 판단은 우리 몫인 셈이다.

온라인 기업 시대다. 벽돌과 회반죽으로 일궈 낸 브릭 앤드 모르타르 기업((전통 오프라인 매장 기업)의 자리는 이들 차지가 됐다. 이들과 경쟁할 방법이 과연 있을까. 이 질문에 정답 찾기란 난처함 그 자체다. 그러나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 베스트바이와 홈디포 얘기다.

지난 2012년 아마존은 넘쳐나는 현금을 주체 못할 지경이었다. 한때 잘나가던 라디오섀크가 큰 적자를 본다. 베스트바이의 사정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매장에서 물건 보고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고객들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어 보였다.

매장 운영이며 직원 월급 줄 마진을 남길 수 없었다. 고민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질문은 한 가지, 아마존이 줄 수 없는 건 뭘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베스트바이가 찾은 답은 서비스였다. 모든 제품에 모든 서비스, 캐치프레이즈조차 '무엇이든 언제나'로 정했다. 배달, 설치, 수리는 기본이다. 구형 가전제품 재활용 처리도 맡아 줬다.

우리한테는 익숙한 공짜 서비스다. 그러나 미국이라면 사정은 다르다. 거기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로 구입했다고 생각해 보자. 앞마당에 던져진 다음부터 내 몫이다. TV나 오디오라면 까짓것 싶다. 냉장고나 세탁기라면 좀 다르다. 설치하다가 부품이라도 하나 없으면 며칠을 집 한구석에 널브러져 있을 게 뻔하다. 심지어 가스오븐이라고 생각해 보라.

거기다 제품보증이나 보험도 그 자리에서 처리해 줬다. 심지어 다른 매장이나 온라인으로 구입한 것도 설치해 줬다. 서비스팀에는 요즘 말로 '덕후'를 뜻하는 '기크(geek)'를 붙여 '괴짜 부대'(기크 스쿼드)라 이름 붙였다. 이것이 한물갔다고 여겨진 어느 브릭 앤드 모르타르 기업이 찾아낸 생존 비결이었다.

홈디포는 한때 반대길을 걷는다. 자기 손으로 발코니나 데크, 심지어 창고 짓기를 마다하지 않는 의욕만 앞선 집주인들에게 고참 판매원의 조언은 더 없이 소중했다. 자칫하다간 쓰지도 못할 자재를 잔뜩 배달시키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제너럴모터스(GE)에서 밀려나 홈디포로 온 로버트 나델리가 처음 한 것이 이들을 파트타임 직원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나델리의 말년 재무 실적은 그럭저럭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이렇게 쥐어짜듯 일궈 낸 실적으로 홈디포가 성장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제갈량이 조조의 기세에 눌려 맥없이 중원을 내놓았다는 어떤 이의 비판처럼 온라인 기업과의 경쟁에서 갈 길 못 찾는 브릭 앤드 모르타르 기업들을 바라보기란 안쓰럽기 그지없다. 비법일 리 만무하지만 여기 광고 얘기가 하나 있다.

예전의 홈디포 광고에는 한 장면이 예외 없이 끼어 있다. 나란히 매장을 걸으면서 오렌지 점퍼를 입은 홈디포 직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고객의 뒷모습이다. 이 장면에서 왠지 '고객 신뢰'라는 느낌이 한껏 묻어나고는 했다.
아마도 오늘 브릭 앤드 모르타르 기업이 회반죽에 올려야 할 것은 단지 벽돌만은 아닐 듯 하다.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lt;230&gt;서비스로 빚는 회반죽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