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공매도, '종목 지정' 등 제도 보완...처벌 수위 높여 불공정행위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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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성 정보 반영 '버블' 형성 막아
하락장서 거래량 늘려 유동성 유지
홍콩 '지정제' 등 벤치마킹 제안
부정적 견해 줄이고 순기능 부각 필요

#. 2016년 9월 불거진 한미약품 사태는 공매도 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시장에 뿌리깊게 자리하게 된 대표 사례 중 하나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29일 미국 제넨텍과 항암제 기술이전 계약체결이라는 호재성 공시를 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9월 30일 오전 9시 29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신약 기술수출 계약해지라는 악재를 공시해 주가가 폭락했다.

이 과정에서 악재성 공시 하루 전인 9월 29일과 30일 공시 전까지 공매도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29일 한미약품 공매도 주식수는 7658주로 공시전 대비 3.4배 증가했다. 30일은 당일 발생한 전체 공매도 중 악재성 정보 공시 전의 공매도량이 절반 이상이었다.

이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공매도 거래 의혹을 야기했다. 한미약품이 고의로 늑장 공시했다는 논란도 일으켰다.


[이슈분석] 공매도, '종목 지정' 등 제도 보완...처벌 수위 높여 불공정행위 막아야

공매도는 '없는 것을 빌려서 판다'는 뜻이다. 주식이나 채권을 갖고 있지 않아도 매도주문을 내면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주식·채권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준다. 보통 하락장이 예상될 때 활용하므로 하락장에서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방식이다. 주식을 비싸게 팔아놓고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시세차익을 얻는다.

예를 들어 A기업 주가가 현재 10만원이고 하락이 예상되면 10만원에 공매도 주문을 낸다. 이후 주가가 9만원으로 하락할 때 매수해 1만원 차익을 낸다. 해당 주식은 9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주면 된다.

공매도는 유상증자로 발행한 주식이 상장되기 직전에도 다수 발생한다. 보통 유상증자 신주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발행되기 때문에 신주상장 2~3일 전에 공매도한 뒤 상장과 동시에 갚는 형태로 이뤄진다. 보통 유상증자 신주가 상장되면 매도물량이 많아져 주가가 떨어지는 점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8일 한국증권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공매도와 자본시장' 정책 심포지움에서 변진호 이화여대 교수는 “공매도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를 보면 대부분 순기능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비해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만연해 시장에서 공매도의 부정적 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공매도 부정적 기능만 부각돼 문제”

공매도는 효율적으로 가격발견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악재성 정보가 주가에 빠르게 반영되므로 주가 버블 형성이 확대되는 것을 통제하는 기능도 한다. 특히 공매도에 제약이 생기면 원래 가치에 비해 주가가 계속 오르게 돼 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우려도 있다.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의 회계조작이 파산으로 이어진 사태는 공매도의 긍정적 기능을 잘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미국 월가의 유명 공매도 전문가인 짐 채노스는 엔론이 실적을 부풀렸다는 점을 알아채고 2000년부터 엔론 주식을 공매도했다. 이후 회계장부가 조작됐다는 내부 고발이 터지면서 엔론은 파산했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도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제도인 만큼 하락장에서도 거래량을 증가시켜 유동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헤지 투자자는 공매도를 활용해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최근 공매도 제한 6개월 연장을 결정했을 때 외국인의 헤지자금을 제한하는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외국인은 위험 회피·분산 수단으로 공매도를 국내 시장 참여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듯 공매도는 순기능이 있지만 정작 국내 증시에서는 순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에서 채택하지 않은 '업틱룰(Up-tick rule)' 제도도 운영하는 등 보수적으로 공매도 제도를 운영하지만 실제 업틱룰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업틱룰은 공매도 주문시 가장 최근 체결가격 미만으로 주문을 내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공매도 주문으로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없게끔 하지만 실제로는 거래 체결을 지연시키는 부정적 효과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변 교수는 “업틱룰의 경우 차익 거래와 헤지 거래를 위한 공매도는 적용받지 않는다”며 “해당 거래임을 투자자가 자발적으로 밝히도록 돼 있어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업틱룰의 경우 실수로 위반하면 과태료, 고의로 위반하면 시세조종혐의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동안 업틱룰 위반으로 인한 거래소 회원 제재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비해 공매도 거래대금 중 업틱룰 예외에 해당하는 거래대금 비중은 2008년 2.19%에서 2019년 25.16%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공매도 찬반 아닌 처벌 수위 강화…제도 보완해야”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외국인 투자자 유치 효과 외에 여러 순기능이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공매도 제도를 폐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 개인 투자자도 공매도 제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고 현 제도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을 때라고 강조했다.

우선 홍콩과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홍콩처럼 공매도 대상 종목을 선별해 유동성이 낮고 공매도가 활발하지 않은 소형주 등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홍콩은 시가총액이 30억 홍콩달러(약 4600억원) 이상이고 12개월 회전율(주식 보유자가 바뀌는 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만 공매도가 가능한 '종목 지정제'를 운영한다. 공매도 잔고가 발행주식의 0.02% 이상이거나 3000만 홍콩달러 기준 이상이면 상세 내역을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에 보고해야 한다.

국내에 동일 기준을 적용하면 약 5% 정도 기업만 공매도 대상이 된다. 사실상 대기업과 상당 규모 중견기업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셈이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장조성자, 공매도 순기능 부각 종목군, 역기능 부각 종목군을 순차적으로 규제완화 강도를 적용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며 “예를 들어 이번 코로나19처럼 공매도 제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전면금지보다는 역기능 강조 종목군부터 금지하고 완화할 때는 시장조성자부터 대상으로 삼는 방식”이라고 제안했다.

일본처럼 중앙집중방식의 별도 재원기구를 마련해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빌릴 수 있는 대주시장을 확대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안도 있다.

일본은 이 제도를 토대로 개인의 공매도 참여 환경이 잘 갖춰졌다고 평가받는다. 별도 재원기구를 운영해 개인 투자자의 대주재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재원기구가 중간에서 자금을 형성하고 증권사에 공급하면 증권사가 이 재원을 토대로 개인 투자자에게 신용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운영하는 처벌조항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공통적으로 나온다. 특히 공매도가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정 거래시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처벌 수위를 상당히 높여야 한다고 지적되고 있다.

류혁선 KAIST 교수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정거래시 공매도 효과가 큰데 사례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현재 무차입 공매도를 하면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메기는데 공매도로 이를 충분히 상쇄할 정도로 비용이 낮다”고 지적했다.

또 “주로 시스템상 확인이 어려운 외국계 창구에서 공매도가 발생하고 있어 수탁은행에서 확인받고 주문이 나가도록 명확히 해야 한다”며 “차입 행위 자체가 내부자 정보가 누설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매도 전 차입 확인이 가능해야 내부자 정보 활용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민규 선임연구원은 “공매도 위반시 예상되는 처벌 수위가 높다면 불공정행위가 현저히 낮아질 수 있는데 현 처벌 수준은 너무 낮다”며 “다양한 제재 수단을 확보하고 처벌 수위를 충분히 상향해 불공정행위를 막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