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암 진단 3년 앞당긴다

유동근 루닛 공동창업자 겸 이사가 AI 플러스에서 환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AI 가능성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발표 영상 캡처
유동근 루닛 공동창업자 겸 이사가 AI 플러스에서 환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AI 가능성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발표 영상 캡처

인공지능(AI) 기술로 암 진단을 최소 2~3년 앞당길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계 시각(머신 비전)으로 인간 시각(휴먼 비전) 한계를 돌파, 암 치료 핵심인 조기 진단율을 끌어올렸다.

유동근 루닛 공동창업자 겸 이사는 7일 이스트소프트 주관 AI 콘퍼런스 'AI 플러스'에서 환자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AI 활용 가능성을 소개했다.

암 진단은 엑스레이 등 영상의학 진단을 거쳐 조직검사 등 병리학 진단으로 최종 확진 판정이 내려진다. 확진 이후에는 암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 여부와 화학 치료가 결정된다.

AI 기반 컴퓨터 비전 기술은 이 과정 여러 단계에 결합돼 판독 정확도를 높인다. 루닛이 엑스레이 영상에서 폐암을 찾는 판독 성능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AI(정확도 0.885)는 경험이 풍부한 흉부영상 전문의(0.820)보다 판독 성능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테스트에서 의사 10명 가운데 8명이 놓친 폐 결절 역시 AI는 뚜렷하게 잡아냈다.

실제 폐암 환자의 과거 데이터를 활용한 실험에서도 유의미한 성과가 입증됐다.

이 환자는 2013년부터 매년 건강검진을 통해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했다. 2015년까지 정상 소견을 받았으며 2016년에 이르러 병변(병이 원인이 돼 일어나는 생체의 변화)이 포착, 확진 판정을 받았다. 루닛은 이 환자 과거 데이터를 AI로 판독한 결과 2013년부터 병변을 포착할 수 있었다.

한 폐암 환자의 연도별 엑스레이 영상(아래는 AI 판독으로 포착한 병변). 이 환자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정상 소견을 받은 뒤 2016년 확진 판정을 받았다. AI로 판독한 결과 2013년부터 병변이 포착됐다. 발표 영상 캡처
한 폐암 환자의 연도별 엑스레이 영상(아래는 AI 판독으로 포착한 병변). 이 환자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정상 소견을 받은 뒤 2016년 확진 판정을 받았다. AI로 판독한 결과 2013년부터 병변이 포착됐다. 발표 영상 캡처

폐암 외 유방암에서도 2013년에 이르러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2011년부터 병변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AI 기반 엑스레이 판독으로 확인했다.

이는 인간 시각 능력으로는 찾아낼 수 없는 복잡한 패턴을 AI가 찾아내기 때문이다.

유 이사는 “지금까지 인간 시각 한계로 환자가 2~3년간 암을 몸에 달고 살 수밖에 없었다”면서 “암은 1기, 2기, 3기로 진행될수록 치료가 어려워지는 만큼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조기 발견이며 AI를 활용한 조기 발견이 암 환자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상의학뿐만 아니라 병리학 진단과 치료 단계에서도 AI 기술이 활용된다.

기존에는 환자 몸에서 조직을 채취한 뒤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암세포를 찾았다. 현재는 미국 등에서 디지털 스캐너를 활용해 조직 슬라이드 전체를 스캔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이를 활용해 세포 수준에서 각 세포핵을 파악하고 AI로 학습시킨다. 세포를 종류별로 분류하고 통계를 낸다. 추출한 값은 환자별 최적 치료 방법을 찾는 데 활용한다.

AI 판독으로 면역 항암에 적합한 환자도 가려낼 수 있다.

면역 항암은 최근 각광받는 항암 방법으로 체내 면역 체계를 활용하기 때문에 화학 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면역 항암제에 반응하는 환자가 아닌 환자에 적용할 경우 오히려 암 진행 속도를 높인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AI가 면역 항암제 투여를 권고한 환자와 투여하지 말라고 권고한 환자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AI 권고에 따른 환자 생존율이 유의미한 수준에서 높게 나타났다.

유 이사는 “AI는 조기 진단을 통해 암 환자 생존율을 높이고 최적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기여한다”면서 “AI로 의학을 한 단계 진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