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투어를 앞두고 있는 뮤지컬 '광주', '박한수'역의 '테이' 인터뷰.

◇ 서울 공연을 마치고 전국투어를 시작하는 뮤지컬 '광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광주와 전남 일대에서 군사정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며 민중들이 시위를 벌였다. 이는 5.18 민주화운동이라 칭해졌고 1997년 5월 법정기념일로 제정되기도 하는 등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 무척 큰 의미를 지니는 날로 인식되어 왔다.

이와 같은 5.18 민주화운동을 무대로 옮긴 것이 바로 뮤지컬 '광주'이다. 5.18 민주화운동기록관과 광주문화재단이 함께 40주년을 맞는 5.18 민주화운동을 기념하고자 만든 뮤지컬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9일 종로구 연건동에 위치한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시작된 뮤지컬 '광주'는 11월 8일 서울에서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앞으로 고양과 부산, 전라, 광주 등 전국을 투어하며 무대에 올려질 뮤지컬 '광주'에서 트리플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았던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역을 맡아 열연 중인 배우 테이와 뮤지컬 '광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었다.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 뮤지컬 '광주'의 편의대원 '박한수'역을 맡은 배우 '테이'

그가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기 시작한 지도 벌써 십 년에 가까운 긴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뮤지컬 배우라 불 릴 만한 본격적인 활동이 삼 년 정도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여전히도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한다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 테이는 뮤지컬 '광주'의 캐스팅 제의를 고사했다고 한다. 올해 초 무대에 올랐던 작품과 비슷하게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시대극이라는 점이 부담스러웠고 거기에 뮤지컬 '광주'는 아직도 진행 중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버거운 작품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처음 뮤지컬 '광주'에서 배우 테이에게 제안되었던 역할 또한 '박한수'가 아닌 '윤이건' 역할이었는데 광주에서 나고 자란 야학 교사인 '윤이건'을 자신이 오롯이 소화해 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해 거절을 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뮤지컬 '광주' 관계자들의 설득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광주'를 잘 모르는 본인과 가깝게 닮아있다고 느꼈던 편의대원 '박한수'역으로 캐스팅 수정이 가능하게 되면서 합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군대 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말년의 군인이었던 '박한수'라는 극 중 인물은 뮤지컬 '광주'의 캐릭터들 중 가장 큰 심경의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군인은 명령을 하달 받고 그것을 수행하기만 하면 되는데 '박한수'라는 인물은 제대를 눈앞에 두고 있었고 전역 후에는 시민의 입장이 될 것이기에 대치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 것이라는 캐릭터의 해석도 하여 주었다. 아마 제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변화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덫붙였다.

편의대원 역할을 맡은 여러 배우들과 떠들썩한 군인으로의 모습을 연기한 것이 즐거웠다는 테이는 진짜 군인들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여성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무서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라 옷을 갈아입는 장면의 노출 신을 넣어 그것을 상쇄시키려 하였다는 비하인드도 알려주었다.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가장 애착이 가는 넘버에 대해 묻자 모든 곡에 애정이 많다고 답변한 그는 '너무 아프고 외롭고 속상하고 이해도 되지 않는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넘버가 있고, 그 곡은 연습하면서 한 번도 완창을 해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레 꺼냈다. 제대로 연습조차 하기 힘들었던 그 곡을 실전 무대에서는 매회 문제없이 마무리해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 여겨진다.

◇ 가수 '테이'와 배우 '테이'

가수 테이는 '김호경'이라는 본명이 있다. 가수로 활동을 하다가 배우로 전향하는 다수의 아티스트들이 본명을 사용하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중들에게 예명으로 알려져 있고 그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테이' 그대로로 참여를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는 답을 내놓았다. 가수로서의 '테이'가 배우로서의 '테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시도를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자 한 것이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는데 원래 테이는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없었고 가수 활동 한 가지에만 전념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오히려 연기하기를 바랐던 것은 당시 소속사였으며 일반적인 미팅을 하는 자리로 알고 나갔던 곳이 드라마 오디션을 보는 장소였다고 했다. 아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 자신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것을 좋게 보셨는지 덜컥 캐스팅이 확정되어 당황스러웠던 옛 기억을 회상해 주었다.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테이가 연기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 바로 2009년 SBS의 주말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였다. 드라마에서 가수 지망생 '데니홍' 역할을 맡았던 그는 함께 촬영에 임했던 선배 배우들을 보면서 연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배우로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말했다.

가수로서 '발라드의 황태자'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그런 이미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며 예전에는 부담스럽고 민망했었는데 현재에는 그러한 표현들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기대만 해주셔도 너무 감사하다는 말 또한 빼놓지 않았다.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 주신 팬분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앨범을 내려고 준비 중이라는 테이는 가수로서의 행보 또한 함께 가져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느낌이었다. 우선은 뮤지컬 '광주'의 남은 전국투어 일정을 끝까지 잘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한 테이는 내년 봄 무대에 올려질 차기작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넌지시 어필해 주었다.

본인 스스로가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테이는 인터뷰 내내 연출진을 포함한 뮤지컬 '광주'의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에 대해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요즘 같은 시국에 관객들을 앞에 두고 노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무대가 '뮤지컬'이 아닌가 싶다는 그는 배우로서도 가수로서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뮤지컬 '광주'의 배우 '테이' 라운드 인터뷰 / 사진 : 이수정 기자

동생이 운영하고 있는 햄버거 가게에 들러 좋아하는 메뉴로 식사를 하는 것이 삶의 낙이라 이야기하는 테이는 조만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어지는 일들에 감사하고 소소한 일상을 힐링으로 여긴다는 그에게서 이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모쪼록 한 달여 남짓 남아있는 뮤지컬 '광주'의 전국투어 일정이 많은 지방 도시 관객들에게 문화의 단비가 되어 내려주기를 소망해 본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