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정기배송 출시···'구독경제' 시동건다

제3자에게 배송지·전화번호 등 제공
개인정보처리 방침에 관련조항 신설
여민수 대표, 향후 10년 이끌 영역 꼽아
업계 "식음료 품는 거대 채널 가능성"

서울 시내에서 도보와 자전거,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원들이 배달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서울 시내에서 도보와 자전거,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원들이 배달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카카오가 정기배송 서비스를 출시한다.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구독경제' 서비스에 시동을 거는 것으로, 카카오톡이 구독형 서비스를 품는 거대 채널이 될지 주목된다.

카카오는 카카오 서비스 개인정보처리 방침에 '카카오 정기구독(가칭)' 관련 조항을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 정기구독(가칭)'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 정보를 제3자에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회원이 주문한 상품 판매자에 회원 이름,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 등 정보를 제공한다. '주문상품 배송' '고객상담 및 A/S'가 목적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11일 “(정기구독)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독경제는 일정액을 내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가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콘텐츠는 물론 상품 유통 분야에서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카카오가 정기배송형 구독 서비스를 실시하면 가장 유력한 플랫폼은 카카오톡이다. 국내 카카오톡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분기 기준 4500만명으로, 국민 대다수가 쓰는 '국민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선물하기·쇼핑·메이커스, 카카오페이 등 커머스·간편결제 기능도 이미 탑재했다. 구독형 상품만 추가하면 된다.

구독 형태로 상품을 정기 배송하는 사업자를 카카오톡 안에 입점시키거나 유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플러스'처럼 이용자에게 카카오 서비스 활용 혜택을 주는 프리미엄 멤버십과의 연결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세탁, 청소 생필품, 식음료, 반려동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독경제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이들을 품는 거대한 채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독경제 강화는 여민수·조수용 대표 체제에서 카카오가 강조하는 방향의 하나다. 여 대표는 지난 9월 인터넷기업협회 설립 20주년을 맞아 제작한 축하 메시지에서 향후 10년의 인터넷 산업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구독경제'를 꼽았다.

여 대표는 “올드 이코노미인 자동차와 가전 산업에서도 기업의 '구독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구독경제가 상당히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도 언급했다. 여 대표는 “구독 플랫폼의 눈부신 발전이 구독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면서 “수많은 콘텐츠 창작자가 창작 의지를 펼칠 플랫폼이 잘 준비된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을 구독경제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카카오는 포털 다음의 콘텐츠 위주로 제공하는 카카오톡 '#탭'도 콘텐츠 구독 기반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와 각종 발행물을 이용자 개인 취향에 맞춰 제공할 계획이다.

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렌털을 포함한 국내 구독경제 시장은 2018년 32조원, 올해 40조원 규모로의 성장이 예상된다.

카카오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 구독경제 사업 진출은 회사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