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240>양손잡이 혁신

양손잡이 경영. 종종 한 손에는 기존 사업, 다른 한 손에는 신사업을 말하는 것으로 회자된다. 요지는 이렇다. 과거에 성공하는 기업들이 실패한다. 실패 원인에는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과거의 성공 방식에 집착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창조와 혁신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그러니 기업은 선도, 아니 생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모두 능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이 설명이 찰스 오라일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말하고자 한 양손잡이 경영의 정수인지 종종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양손잡이라는 용어만으로 이것은 눈길을 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이다. 영어로도 마찬가지다. 앰비덱스트러스라는, 요즘 표현으로는 '꽤 고급진' 단어를 쓴다.

그럼 오라일리 교수가 말하는 이 방식을 사례로 한번 따라가 보자. 혁신을 말하면서 신문 비즈니스라는 고루한 영역을 다룰 기회는 적다. 그러나 오라일리 교수는 USA투데이를 등판시킨다.

지금이야 USA투데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USA투데이가 지난 1982년에 설립된 후 10년 동안 연속 적자에 허덕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도 적다. 1992년에야 처음 순익을 거뒀다. 그러고는 거리낄 것 없이 성장했다. 비즈니스맨이라면 긴 통근길에 USA투데이 한 부는 필수다. 비행기 안 신문 가판대는 말할 것도 없다. 출입구에서 얼른 챙기지 않으면 안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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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갑작스레 찾아든다. 시간이 갈수록 젊은 독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 방송이 비즈니스 뉴스를 넘어 정보까지 쏟아냈다. 어떤 미사여구를 붙인다 해도 USA투데이는 본질상 인쇄업이다. 뉴스와 정보는 손에 있다. 문제는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할까였다.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톰 컬리는 비밀 개발 조직을 하나 만든다. 그 결과가 지금이야 익숙한 바로 그 USA투데이닷컴이었다. 성과는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컬리는 멈추지 않는다. USA투데이닷컴은 그 자체로 독창성이 있을 필요가 없다. 신문과 USA투데이의 방송 네트워크와 묶어 보기로 한다.

컬리의 표현을 빌리면 '뉴스페이퍼'는 이날 부로 '뉴스 인포메이션'이 됐다. 컬리는 여기서 양손잡이 조직을 창안한다. 그 가운데 정수를 하나 짚으라면 네트워크 편집이라는 방식이었다. 어디에서 정보가 나오든 다른 네트워크에 뿌리도록 재창조했다.

여기서 양손잡이가 드러난다. 기존 사업은 모든 것의 기반이 됐다. 그러나 이제 뉴스거리는 신문, 인터넷, 방송으로 모양을 바꾼다. 물론 각 영역의 형식과 모양새는 모방의 기준이 됐다.

사실 오라일리 교수와 이 주제를 제안한 마이클 투시먼 하버드대 교수 또한 이 분야 대가다. 이들이 뭔가를 주장했다면 거기엔 분명 뭔가 있다. 그러니 문제는 우리가 제대로 그들이 말하는 정수를 이해했는지 일 것이다.

양손잡이 경영은 확장 가능할까. 예를 들어 두 손에 놓인 뭔가가 지금 방식으로는 '동시 추구'할 수 없을 때도 적용이 가능할까. 하나를 하되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뭔가를 놓치지 않는 것이 이것의 직접화법이다. 반면에 동시 추구가 불가능한 것을 추구 가능하게 창조와 혁신을 하는 것은 간접화법이다. 어쩌면 혁신은 바로 이 앞에서 멈춰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양손잡이 경영과 양손잡이 혁신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듯 해 보이기도 한다. 이 두 거장이 합쳐서 만들어 낸 직관이 여기까지 펼쳐 있었으리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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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