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686>전속고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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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언론에서 '전속고발권'이라는 용어가 자주 오르내립니다. 듣기만 해도 어려운 말인데요. '전속'은 권리나 의무가 오직 특정한 대상에 있다는 뜻이죠. 예컨대 유명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이 전속으로 에이전트 또는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발권'은 수사 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즉 전속고발권은 고발을 할 수 있는 권한이 특정한 대상에만 부여되는 것입니다.

전속고발권은 어떤 기관이 갖고 있을까요? 전속고발권을 보유한 특정기관은 공정거래위원회입니다. 이익을 얻기 위해 다양한 주체가 모여 있는 시장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촉진을 맡고 있는 정부 부처입니다. 전속고발권은 40년 전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만들어지며 공정위에 부여됐습니다. 그렇다면 국가가 부여했던 전속고발권을 왜 다시 폐지하려는 것일까요? 그 배경과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전속고발권은 고발 권한이 특정 대상에 부여되는 것으로 최근 폐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전속고발권은 고발 권한이 특정 대상에 부여되는 것으로 최근 폐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Q:왜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게 됐나요?

A:공정위는 독점 및 불공정거래에 관한 사안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설치한 국무총리 소속의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입니다. 기업 등 시장 참여자가 강한 힘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래상대에게 합리적이지 않은 거래를 강요하거나 물품 가격을 조정하는 행위를 감시하는 조직이죠.

전속고발권은 시장 질서를 지키는 공정거래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조사를 하고 고발해야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공정위 소관 법률인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표시광고법 등에 대해서 전속고발권이 적용됩니다.

사실 국가가 공정위에만 이런 권한을 준 이유는 기업 고발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Q:그렇다면 전속고발권 폐지는 왜 추진되나요?

A:오히려 전속고발권이 기업을 봐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반칙을 한 기업이 검찰에 고발되지 않고, 과징금만 내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처벌이 약해진다는 의혹이 생겼습니다.

전속고발권을 없애야 자신의 힘을 이용해 불공정한 거래를 하는 회사를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 2018년 공정위와 법무부가 담합사건에 관한 전속고발권을 없애고 검찰이 우선 수사할 수도 있도록 법 개정에 합의했습니다.

따라서 전속고발권이 사라지는 것은 공정위의 담당분야 가운데 경성담합만 해당합니다. 가격담합·입찰담합 등 사회적 비난이 큰 담합 행위는 공정위가 아닌 검찰이 고발할 수 있고, 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수사에 들어갈 수도 있게 됩니다.

또 누구라도 검찰에 중대담합을 고발할 수 있습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누구나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수사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Q: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A:기업과 경제 단체 등은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반대 근거로 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중소기업은 신고당했을 때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사내 법무담당 조직이 없거나 조사나 고발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로펌에게 의뢰할 여력도 없기 때문이에요.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부작용 중 하나로 '묻지마 고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쟁사를 고발하는 등 취지에 어긋나는 악의적 고발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검찰의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방향과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이 강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죠. 검찰이 기업의 영업활동 과정이나 경영상 판단에 혐의점을 두고 기업을 압수수색하는 일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Q: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A:전속고발권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기업에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하되 시장에서 '반칙'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중복 또는 과잉 수사에 대한 기업의 우려가 충분히 제어되지 않을 경우 자칫 시장 시스템이 망가질 우려가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전속고발권 폐지 내용을 담은 법안이 제출돼 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과 함께 제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포함됐습니다. 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와 정치권은 부작용을 잘 검토해야 합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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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규제의 역사, 지철호 지음, 홀리데이북스 펴냄

'정부의 시장개입과 시행착오 130년'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독점규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역사를 거스르는 움직임이 생겨나 점점 커지는 중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제도 운영과 향후 개선방향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뒤돌아봐야 할 것임을 시사한다. 국내 규제정책 변화를 살펴보고 앞으로 발전 방향을 조망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공정거래법의 이론과 실제, 김형배 저자, 삼일 펴냄

공정거래법은 법학과 경제학이 만나는 대표적인 학문분야이므로 최소한의 경제학 이론을 이해해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거나 경제학 지식이 부족한 독자를 위해 가급적 글로 쉽게 설명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그래프와 표를 활용하였으며 어려운 내용은 각주나 참고로 추가 설명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