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연세대, 액체금속 잉크 개발...형태 변형 가능한 전자기기 시대 앞당길 전망

국내 연구진이 액체금속 잉크를 개발했다. 마음대로 형태를 바꿀수 있는 전자기기 시대를 앞당길 전망이다.

포스텍(총장 김무환)은 정운룡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비라판디안 셀바라지 박사, 알로이시우스 순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장우선 박사 공동연구팀이 고전도성과 점소성을 갖는 액체 금속 마이크로입자 잉크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정운룡 포스텍 교수
정운룡 포스텍 교수
알로이시우스 순 연세대 교수
알로이시우스 순 연세대 교수

일반적으로 전자 소자에는 금, 은, 구리와 같은 단단한 금속을 전극이나 배선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금속 기판은 조그만 외력이 가해져도 재료에 금이 가서 전기 전도성을 잃기 때문에 형태 변형을 필요로 하는 소자에는 사용하기 어렵다.

그와 달리 상온에서 액체처럼 흐를 수 있는 액체금속은 쉽게 변형이 가능하면서도 높은 전기 전도성을 갖기 때문에 연신성 배선에 활용 가능성이 높아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액체금속을 잉크로 만들면 표면에 산화막이 형성돼 프린팅 이후 전도성을 잃기 때문에 배선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동심윤 안테나 구조의 이중 프린팅. 바닥 동심원 구조 위에 새로운 동심원을 코팅해 이층 안테나 구조를 프린팅할 수 있다.
동심윤 안테나 구조의 이중 프린팅. 바닥 동심원 구조 위에 새로운 동심원을 코팅해 이층 안테나 구조를 프린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액체금속 마이크로입자의 산화막에 수소 이온을 도핑, 산화막을 전도체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소 도핑에 의한 산화막 전도성을 이론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양자역학 기반 재료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소 도핑된 인듐 산화물이나 갈륨 산화물은 현재 투명전극에 활용되고 있는 투명전도성 필름(ITO) 전극과 비슷한 전기 전도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300% 정도 높은 연신을 가해도 깨지지 않고 늘어날 수 있는 점소성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개발된 액체 금속 잉크는 수소가 도핑되어 고전도성을 가지면서 형태가 변할 수 있는 액체 금속 마이크로입자로서 연신이 가능한 다양한 기판에 3차원 회로의 직접 프린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쇄된 전극과 배선은 500% 이상 연신 시에도 저항 변화가 거의 없고, 심각한 기계적 손상이나 높은 습도와 고온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전기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차세대 소자 개발에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대한민국 미래창조과학부의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이 지원하는 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이 지원하는 인공 공감각 일렉트로닉스 소재 디스커버리 사업단, 한국화학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머터리얼스'에 지난 4일자로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