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로 음식배달 하자"...규제 갈림길서 촉각

스타트업 '딜리버리티' 신사업 추진
배달기사 품귀 해결·추가 수익 기대
"타다 사례처럼 될라" 불확실성 대두
업계 "정부 빠른 판단 필요" 목소리

"택시로 음식배달 하자"...규제 갈림길서 촉각

코로나19로 촉발된 배달난과 택시기사 수입 감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안으로 음식배송 서비스에 택시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로 떠오르고 있지만 사업 모델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다. 자칫 지난해 타다 사례처럼 사후 규제가 발생, 새로운 시도가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딜리버리티는 택시를 이용한 음식배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배달대행 업체인 생각대로, 바로고 등과 사업을 논의했다. 수요를 조사했고, 픽업 시간에 택시 주정차로 인한 도로 혼잡 문제 등 발생 가능한 이슈를 종합 검토하고 있다.

딜리버리티는 택시를 활용한 도심 배송물류 사업을 지난 2019년 말 시작했다. 현행법상 20㎏ 미만, 4만㎥ 이하의 물건은 화물 기준에 들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했다. 서울 개인택시 각 지부 등과 협약을 체결, 플랫폼 가입 택시기사 2000여명 이상을 확보했다. 이를 음식배달 영역까지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음식배달 사업은 택시가 추가 수익을 확보할 기회다. 승객의 택시 수요는 출퇴근 시간과 심야에 집중되기 때문에 택시는 하루 중 상당 시간을 공차 상태로 대기한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택시 이동 수요 전반이 줄어들고 배달 수요는 늘어났다.

고질화한 배달기사 품귀에 시달리고 있는 배달대행업계 역시 택시 도입을 환영하고 있다.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택시는 이륜차 대비 더 많은 음식을 실어 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택시를 활용한 퀵배송, 음식배달 도입이 증가세에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시는 일정 수입 이하 택시기사에 한해 음식배달 면허를 선착순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뉴욕시는 이 방안을 통해 3500만달러 자금을 지원, 지난해 택시기사 1만명이 식사 6400만끼 이상을 배달했다.

일본도 지난해 10월부터 택시를 통한 음식배달 대행을 전면 허용했다. 애초 택시 수입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례 조치로 한시 도입됐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이용 수요가 늘어나면서 특례 조치를 영구화하기로 했다.

반면 국내 택시물류 사업은 아직 불확실성이 짙다. 현재 택시를 통한 음식·소형화물 사업에 대해서는 명확한 법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딜리버리티는 택시를 통한 물류 사업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를 2019년 4월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신청했다. 그러나 심의위원회 상정조차 하지 못한 상태로 1년 8개월째 묶여 있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업계 반발을 우려,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생활물류법 개정안'도 장애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해당 법안은 화물차와 이륜차만 화물 운송 수단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택시는 물론 승용자,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을 통한 운송 서비스가 모두 앞으로 법 사각지대로 내몰릴 수 있다.

플랫폼 기반의 아이디어형 신사업이 등장할 때마다 기존 사업자와 충돌되는 사례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는 이번 택시 음식배달 서비스도 같은 범주로 보고 있다. 추후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규제가 더욱 명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타다' 사례처럼 사업 규모를 확대한 이후 불법화 가능성 때문에 물류 혁신사업은 자금 유치나 투자 집행이 쉽지 않다”면서 “주로 전통산업 입장을 대변하는 국토부 대신 창업 생태계를 감안해 사업을 중재할 제3자 역할의 부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의 합법성 유무를 빨리 판단해서 기업과 산업 현장에 예측성을 높여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