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국가 R&D' 주도...산업 협의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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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1분기 1~2개 발족
기업·정부 간 상시소통 채널 운영
실제 수요 부합·생태계 조성 관점
전략수립·수업기획 등 전 주기 참여

기업이 '국가 R&D' 주도...산업 협의체 만든다

기업이 국가 연구개발(R&D) 기획과 전략 수립 등 전 주기에 참여한다. 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기술 중심으로 민간 R&D 요구 사항과 의견이 정부 R&D 사업 기획 및 투자 전략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혁신본부는 올 1분기에 1~2개의 '산업 R&D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발족한다.

협의체는 기업·정부 간 R&D 상시소통 채널로, 기업이 당장 착수하기 어려운 R&D를 발굴한다. 과기혁신본부·R&D 사업 부처와 △R&D 전략 수립 △사업 기획 △점검·환류 등 R&D 전 주기에 참여한다.

협의체가 기업 주도로 수립한 분야별 기술 로드맵과 R&D 수요를 제안하고, 정부는 논의를 거쳐 분야별 투자 전략과 연도별 투자 방향에 반영하는 구조다.

각 부처는 협의체가 제안한 R&D를 반영해 신규 사업을 기획하고, 과기혁신본부가 이를 예산 배분·조정에 연계한다. 협의체는 각 부처가 R&D 사업을 진행할 때 산업계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검토하고, 차년도 예산 배분·조정 관련 의견도 제시한다.

과기혁신본부는 산업 특성, R&D 수요 등을 감안해 우선 1~2개 분야를 대상으로 협의체를 구성·발족한 뒤 이후 협의체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향후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BIG3) 등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 10개 이상의 투자 전략을 수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라이다 등 센서, 감염병 백신 등 파급력이 크지만 해외 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뚜렷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 기반이 취약한 기술을 우선순위에 뒀다.

협의체 구성은 정부가 수립하는 R&D 정책이 기업의 실제 수요에 부합하고, 나아가 관련 생태계 조성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획했다.

간담회 등 산발적 의견 수렴만으론 점차 고도화하는 산업 기술 R&D 수요를 정책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 안건인 '민간기업 기술혁신 선제적 지원 전략'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다. 문 대통령도 민·관 R&D 투자가 100조원을 바라보는 상황에서 정부 R&D가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효율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주요 선진국에선 산업계가 정부 R&D 전반에 참여하는 구조가 정착됐다. 유럽연합(EU)에선 기업 중심 산·학·연 협의체가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전략 연구 어젠다(SRA)를 도출한다. 이후 EU는 SRA를 '호라이즌 2020' 등 대형 연구 프로그램에 반영한다. 독일은 지멘스·보쉬 등 140여개 산·학·연·기관이 참여하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구성하고 중소 제조기업의 스마트 팩토리 이행, 기술표준 등을 협의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12일 “산업 분야 또는 그 안에서 훨씬 자세한 부문을 선정해서 협의체 구성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정부 R&D와 수요기업 간 연결, 기술 창업과 중견기업 경쟁력 강화, 관련 기술 국산화와 생태계 조성 등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1~2개 협의체를 출범시키기 위해 참여·간사 기업 선정 등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