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입찰 차등점수제' 본보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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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때부터 '무기체계제안서'에 적용
2018년 등급 7개·점수 폭 7.5점 확대
입찰 하한가 만점 '예가의 95%'로 상향
기술력 갖춘 업체, 적정가격 수주 확립

정부과천청사 방위사업청. 방사청 제공
<정부과천청사 방위사업청. 방사청 제공>

업체 간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지난해 말 공공입찰 소프트웨어(SW) 분야에도 차등점수제가 도입됐지만 실효성 우려가 크다. 자발적으로 세부 규정을 만들어서 나설 만큼 발주기관의 참여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방위사업청이 출범 초기부터 이를 입찰에 적용하면서 개선한 것으로 나타나 본보기로 주목받고 있다.

방사청은 지난 2006년 출범 때부터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기술 부문에 차등점수제를 적용했다. 차등점수제는 총점의 80%를 차지하는 기술평가에서 순위에 따라 차등 폭이 큰 고정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위는 100점, 2위는 95점 등으로 차등 폭을 둬 변별력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기술평가 점수 차이가 소수점 두셋째 자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순위를 뒤집기 위해 가격을 후려치는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

방사청은 초기에 적용하던 차등점수제를 2009년 9개 등급으로 개선, 등급 간 점수 차이가 5점이 나도록 했다. 2018년에는 등급을 7개로 줄이고 점수 폭을 7.5점으로 확대, 변별력을 강화했다.

입찰 시 만점을 받을 수 있는 입찰 하한가는 방사청 출범 3년 만인 2009년 예정가격(예가)의 60%에서 80%로 상향했다. 예가는 2015년 90%, 2018년 95%로 계속 높였다. 입찰가가 예가의 95%인 경우 20점 만점, 100%인 경우 19점을 각각 부여해 비용점수 차이를 1점으로 축소했다.

제안할 수 있는 가격 하한가가 예가의 95%인 만큼 80%나 60%인 다른 산업군에 비해 적자 수주 확률이 낮다. 결국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적정 가격에 사업을 수주하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입찰 제도는 방사청 무기체계 연구개발(R&D) 사업 특성과 연관이 있다. 방사청 납품 제품은 상용 SW처럼 여러 곳에 납품하기 어렵고, R&D 기간이 길다. 출혈경쟁이 빚어지면 납품 업체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18일 “공공사업은 본래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관련 업계가 제도 개선을 꾸준히 건의하고 요구해 왔다”면서 “방사청의 입찰제도 개선 때문에 그나마 정부 지정업체와 협력업체가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SW업계는 대형 정보기술(IT)서비스 업체나 몇몇 개발사를 제외하면 수익률이 2% 미만으로, SW 분야도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SW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방사청처럼 입찰제도 개선 지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24일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변경으로 SW 분야 입찰에서도 차등점수제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발주처가 '기술평가의 변별력이 없다고 판단될 때' 세부 절차와 기준을 정해서 운영하도록 하고 있어 실효성은 떨어진다.

입찰 하한가의 상향도 7년째 진전이 없는 상태다. SW업계는 지난해 기재부 '민·관 합동 계약제도 혁신 태스크포스(TF)'에 입찰 하한가를 현행 80%에서 90%로 높여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최종 추진 과제에 선정되지 못했다. 아직 60%인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이 발목을 잡았다는 게 SW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 개발 인력이 많은 SW가 타 산업과의 입찰 하한가가 왜 같아야 하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표〉방위사업청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 변화


방사청 '입찰 차등점수제' 본보기 주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