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가전업계 OEM 전략…"탄력 대응이 핵심"

가전업계가 탄력적으로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전략을 구사해 세분화되는 소비자 취향에 대응하고 있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제품은 자체 생산으로 품질 관리에 힘을 싣는 한편, 빠르게 유행이 변하는 라이프스타일 가전은 OEM·ODM 생산 체제를 가동한다.

1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은 자체 생산 비중을 90% 이상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홈
삼성전자 비스포크 홈

삼성전자는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핵심 가전은 일부 소형 TV 등 특수 제품을 제외한 모두 자체 생산을 원칙으로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필수 가전으로 부상한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나 식기세척기를 OEM 방식으로 생산한다. 에어드레서는 국내 업체인 DH글로벌이 생산한다. 삼성 식기세척기는 중국 가전업체 미디어가 위탁생산을 맡고 있다. 패널 교체가 가능한 일부 삼성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등도 국내 중소·중견 업체가 생산을 맡았다.

또 삼성전자 한국총괄에서 일부 유통하는 삼성 선풍기나 프린터 등은 ODM 방식으로 생산된다. 매출 비중은 아주 미미하지만, 제품 포트폴리오에 빼놓을 수 없는 품목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최근 핵심 가전 비전으로 '팀 비스포크' 전략을 발표했다. 빠르게 변화하고 세분화하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중소기업과 상생을 추구한다는 사회적 의미도 담겨 있다. 향후 삼성 라이프스타일 가전은 삼성이 직접 생산라인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보다 OEM으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기민한 전략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측된다.

[참고자료]정수기 사진- 이동근 기자
[참고자료]정수기 사진- 이동근 기자
참고사진. LG 오브제컬렉션 체험존(LG전자 제공)
참고사진. LG 오브제컬렉션 체험존(LG전자 제공)

LG전자는 생활가전 분야에서 대부분의 프리미엄 제품은 직접 개발, 생산하고 있다. 특히 초고가 제품 생산은 경남 창원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다. 그러나 기업간거래(B2B)용 인덕션 1구와 하이라이트 2구 제품은 일부 기업들과 ODM 방식으로 생산한다. 뚜껑식 김치냉장고와 안마의자 등 일부 제품도 OEM으로 생산한다.

해외 시장에서도 전략적으로 OEM 생산 체제를 택한다. LG전자는 해외 신흥시장에서 아직도 널리 사용하는 정속형 에어컨이나 세탁과 탈수 공간이 분리된 2조식 세탁기 등에 한해 OEM 생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렌털 비즈니스가 핵심인 가전 업체도 핵심 제품은 자체 생산을 고수한다. 그러나 소비자 '락인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전략적 선택으로 OEM 제품군을 가져가고 았다. 다양한 렌털 제품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SK매직은 일부 안마의자, 저가형 제품 등은 OEM으로 생산한다. 주력제품인 정수기, 인덕션, 식기세척기 등은 화성공장에서 직접 생산하지만, 포트폴리오상 OEM 제품도 전략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OEM 생산 비중이 10% 이하 수준이지만, 전략적 선택에서 OEM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SK매직이 직접 만드는 트리플케어 식기세척기
SK매직이 직접 만드는 트리플케어 식기세척기

코웨이도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은 국내 유구, 인천공장에서 직접 만든다. 다만 의류청정기와 안마의자 등은 빠르게 유행이 변하는 라이프스타일 가전은 OEM, OD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코웨이 관계자는 “일부 제품이 계절성을 띠고 갑자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때 OEM 생산 체제를 가동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청호나이스도 정수기, 공청기, 비데, 연수기 등 핵심 품목은 전부 자체 개발, 생산한다. 그러나 에어컨, 식기세척기, 안마기, 반신욕기, 매트리스 등 라인업 확대를 위한 제품군은 OEM 방식으로 만든다.

웰스는 제품 가격, 품질 경쟁력을 위해 OEM 생산을 활용하고 있다. 자체 생산기지인 인천공장에서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 위생가전을 생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나 일부 정수기 제품과 매트리스, 안마의자 등 트렌디 가전 제품은 OEM 제조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OEM이나 ODM 생산 방식도 품질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향후 더욱 세분화한 소비자 취향을 만족시키는 가전 분야에선 위탁 생산체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