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킥보드 헬멧착용 의무화법 실효성 논란…'서울시 따릉이' 사태 재현되나

공유킥보드가 나란히 주차된 서울시 공유자전거 주차장에서 한 시민이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다.
공유킥보드가 나란히 주차된 서울시 공유자전거 주차장에서 한 시민이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다.

킥보드의 도로주행 중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안전모를 미착용한 이용자에게는 범칙금 2만원이 부과된다.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시범운영했다가 실패한 '따릉이 헬멧'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9일 공유킥보드 업계는 공유킥보드 이용자의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과거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처럼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자전거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을 때, 서울시는 공유자전거 '따릉이' 헬멧 무료 대여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다. 하지만, 이용률은 3%로 매우 저조했다. 도난과 파손이 줄을 이으며 실효성 논란과 함께 정식서비스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공유자전거는 헬멧 미착용에 대한 단속이나 처벌 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화된 측면이 강하다.

이번 공유킥보드에서는 실제 벌금이 부과된다. 헬멧착용을 원하지 않는 이용자로부터 아예 외면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따릉이 때처럼 공유헬멧이 싫다면 개인헬멧을 구매해 휴대하면 된다. 고가의 접이식 헬멧은 휴대성이 있지만 10만원을 넘는 비용이 부담스럽다. 따릉이 헬멧처럼 2만원 안팎의 저가형 제품도 있지만 하루 10~20분 공유킥보드를 타기 위해 휴대하려면 번거롭다. 결국 소비자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해 일부 공유킥보드 업체는 앱 제어식 헬멧 잠금 기능을 도입해 이미 공유헬멧을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 운영 중인 모든 전동킥보드에 안전헬멧을 장착해 이용자들이 손쉽게 헬멧을 착용할 수 있다. 스키, 인라인스케이트, 스쿠버다이빙처럼 장비를 대여해서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헬멧 공유도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업체는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이다. 시건장치로 공유헬멧을 공유킥보드에 달아놓아도 누군가 고의로 오염물질을 묻히거나 장마철이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 그대로 노출되는 헬멧 위생을 24시간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독을 자주하더라도 코로나19로 민감해진 시민의 위생방역 눈높이를 충족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공유킥보드를 타는 시민을 단속해 벌금을 부과해야 하는데 공유자전거와 형평성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