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암호화폐거래소 현장조사...시스템 핑계·책임 전가 점검

4년 만 빗썸·업비트 등 거래소 조사
시스템 과부하·통신망 등 현황 점검
대형거래소 시정 약관도 이행 점검
공정위 "하반기 내 조사결과 도출"

[제공=연합뉴스]
[제공=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 대형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2017년 12월 현장조사 이후 약 4년 만이다.

당국은 거래소가 시스템 장애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조항이 불가피한지 집중 조사했다. 올 하반기 안으로 조사 결과와 시정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13일 가상화폐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4월 말께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암호화폐 거래소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4대 대형 거래소와 중소 거래소에 현장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이번 현장조사에서 거래소 약관상 위법한 조항뿐만 아니라 거래소가 사용하는 약관이 거래소 운영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특히 중소거래소 현장조사에서는 약관상 내세우고 있는 면책조항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일부 업체는 약관상 '서버 점검이나 통신 장애로 인한 하자 등 피해로 회사가 책임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 같은 약관이 거래소 운영에서 시스템상 문제가 없는 데도 활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업계는 “공정위가 약관상 기재된 서버 오류 기록이나 시스템 현황, 실제 시스템 과부하 발생 가능성, 통신 안정성, 거래소의 보안 기반 등 전반에 대해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약관 전문 변호사는 “약관은 고객의 계약상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면서 “조항에 그 사유를 규정하더라도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돼야 할 뿐만 아니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 거래소는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당국이 약관을 점검해서 시정한 약관을 유지 및 이행하고 있는지를 살폈다. 서면으로 약관조사를 진행하거나 보완자료 제출을 병행했다.

이번 공정위의 약관 조사는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대규모 투자자금이 암호화폐에 몰리고 있어 거래소의 불공정약관을 점검해 투자자 피해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암호화폐 전문 변호사는 “정부의 불공정약관 시정 조치는 소비자 보호 조치의 일환”이라면서 “이와 별개로 불법 행위, 투기적 수요나 국내외 규제 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치 변동 또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2017년에도 13개 가상화폐 거래소를 현장조사한 바 있다. 당시 약관법·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살폈다. 조사 대상은 빗썸, 코빗, 코인네스트, 코인원, 업비트, 코인레일, 이야비트, 코인이즈, 리플포유, CPDAX, 코인피아, 코인코 등이었다.

조사 결과 거래소가 광범위한 면책 조항을 두고 거래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용 계약 중지 및 해지 조항은 11개사가 불공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불공정약관이 발견되면 해당 사업자의 자진 시정 형태로 사건이 마무리된다. 만일 거래소가 스스로 개선하지 않으면 공정위가 시정 권고를 할 수 있다. 이후 60일이 지나도 변화가 없으면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시정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공정위는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거래소 약관을 올해 안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약관 검토에 협조할 것”이라면서 “위법한 조항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