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모든 금융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는 '원(ONE)앱' 구축을 추진한다. 또 모바일뱅킹 거래에서 공동인증서는 물론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통한 로그인 절차까지 걷어내는 과감한 보안 실험에 나선다.
송금, 투자, 대출, 보험 등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토스 등 빅테크 공습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이다. 간편한 직관 서비스를 선호하는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심플뱅킹으로 생태계를 전환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인프라를 전면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 오는 10월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 '뉴스타뱅킹'을 출시한다.
지금까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은 영업점 업무를 옮기는 차원으로 영업점과 같은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을 제공해 왔다.
앞으로 모바일 전용 뱅킹에 특화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한다. 외부 모바일뱅킹 트렌드 변화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인프라를 별도로 분리했다.
우선 복잡하게 나열한 기존의 많은 금융서비스와 기능을 걷어낸다. 주요 핵심 기능만 선택해서 보여 주는 심플뱅킹을 구현한다. 기존 금융업무 500여개 가운데 250개만 선별, 소비자에게 보여 주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불편한 로그인 제도를 없고 '자동 로그인'을 도입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별도의 로그인 절차 없이 바로 계좌 조회와 송금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할 것”이라면서 “빅테크 서비스처럼 자동 로그인 도입 후 하루 송금 한도 200만원으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자동 로그인은 앱을 열면 별도의 절차 없이 계좌 조회 등 금융 서비스를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토스 등 빅테크가 대중화했다. 이후 우리·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도 도입했다.
다만 보안은 은행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로그인 절차를 걷어내는 것 자체에 대해 은행권은 그동안 보수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시대 돌입과 함께 간편한 자산관리서비스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권도 빅테크에 맞서기 위해 각종 간편 인증 도입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은 지금까지의 7가지 로그인 방식도 과감히 3개로 줄인다. 기존 지문·든든간편인증·간편로그인·스마트원로그인 방식은 종료하고 KB모바일인증서(자동 로그인)와 공동인증서, 금융인증서 방식으로 간소화한다.
이와 동시에 원앱으로 빠른 통합 작업에 들어간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모든 금융 기능을 원앱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구현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기존의 쏠(SOL)뱅킹에 여러 금융서비스를 통합할 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과 이종 혁신 서비스 결합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의 새로운 모바일뱅킹 출시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제공하고 있는 쏠뱅킹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불편을 없애고 UX를 한층 개선한 새로운 모바일뱅킹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하나의 앱에서 인공지능(AI) 챗봇 기능 등 새로운 서비스를 탑재하고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을 함께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쏠뱅킹에서는 음식 주문 중개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쏠뱅킹 내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을 탑재, 소비자에게 더욱 편리한 생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은행 앱 내 비금융 서비스 연결을 확대,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NH농협은행도 모바일뱅킹인 올원뱅크를 중심으로 계열사 앱을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농협은행은 오는 2024년까지 기존 7개의 별도 앱을 스마트뱅킹, 올원뱅크, 기업스마트뱅킹 등 3개로 통합할 예정이다. 다른 계열사도 농협금융 통합 플랫폼과 연동될 수 있도록 고도화할 방침이다.
<표> 시중은행의 원앱 추진 현황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