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역순회 경선에서 대세론을 재차 확인했다. 열세로 평가받던 광주·전남지역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에게 처음으로 패배했지만 0.17%P 차이 박빙승부로 선방했고, 이어진 전북 경선에선 54.55%로 다시 승리를 거머쥐었다.
호남지역은 전체 민주당 권리당원의 30%에 달하는 20만여명이 선거인단으로 포진한 지역으로 이번 경선 최대 승부처였다. 25일 광주·전남에선 이 전 대표, 26일 전북에선 이 지사가 각각 승리를 챙겼지만, 전체 호남 판세에선 이 지사의 판정승이었다.
이번 경선은 이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라는 강수를 두고 정치적 본거지에서 벌인 승부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이 지사의 경우 대장동 개발 의혹 공세를 받고 있었던 만큼 승부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예상대로 광주·전남의 민심은 이 전 대표를 택했다. 반면 2위인 이 지사와의 표 차이는 0.17%P에 불과했다. 앞서 4차례의 지역 경선과 1차 슈퍼위크에서 내리 승리한 이 지사를 추격하기 위해 다수 득표가 필요했던 이 전 대표 입장에선 아쉬운 대목이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의 첫 승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동시에 표 차이가 크지 않아 이재명 대세론을 꺾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이 전 대표 우세지역에서 대등한 승부를 펼친 이 지사의 선방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특히 26일 이어진 전북 경선에서 이 지사가 과반 득표로 다시 승기를 잡으면서 이 같은 예상은 더 힘을 받고 있다. 전체 누적 득표에서도 53.01%로 과반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김두관 의원은 전북 경선을 끝으로 후보 사퇴를 선언하며 이 지사 지지를 표명했다. 광주·전남 첫 승을 시작으로 2차 슈퍼위크에서 역전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이 전 대표의 계획도 흔들리게 됐다.
대장동 개발 의혹도 이 지사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번 호남 승부의 결과가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적어도 경선에서만큼은 대장동 의혹이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 수 없는 사안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남아있는 경선 지역은 △제주(10월 1일) △부산·울산·경남(10월 2일) △인천(10월 3일/2차 슈퍼위크) △경기(10월 9일) △서울(10월 10일/3차 슈퍼위크)이다. 두 차례의 슈퍼위크와 서울이 또 다른 승부처가 될 순 있지만, 경기 지역이 포함된 만큼 이 지사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은 이 전 대표가 그나마 바라볼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로 결선 투표를 주목하고 있다.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이 과반 이하로 내려오면 이 전 대표는 양자 결선 투표에서 다시 승부를 볼 수 있다.
특히 이 지사와 지지 세력이 겹치는 것으로 평가받는 추미애 전 장관이 3위에 올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변수다. 추 전 장관의 상승세가 이 지사의 득표율 하락으로 이어지면 결선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 경우 결선에서 추 전 장관의 지지가 이 지사로 다시 옮겨오는 만큼 승부 결과를 뒤집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이 전 대표가 승부를 역전하기 위해서는 광주·전남에서 큰 격차의 승리를 거뒀어야 한다. 대장동 의혹 역시 이 지사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추 전 장관의 상승세가 결선 투표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지만, 남은 경선에서 대승을 거둬야 역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